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전 해체용 시뮬레이터. 방사능 오염이 심한 원자로는 시뮬레이터로 로봇을 원격조종해 철거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턱’. 조종간에 뭔가 닿은 느낌이 드는 순간 화면 속 로봇팔이 벽에 부딪치며 멈췄다. 최병선 책임연구원은 “원전의 ‘심장’으로 불리는 원자로는 방사능 오염이 너무 심해 사람이 직접 해체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시뮬레이터로 로봇을 원격조종해 원자로를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해체기술은 최근 세계적인 화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40년 말까지 원전 약 400기가 해체되고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원전 해체 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38개 가운데 17개를 보유한 상태다. 윤지섭 융복합기술개발본부장은 “방사능물질에 오염된 부위만 골라서 떼어내는 제염기술이 원전 해체의 핵심”이라면서 “제염을 효율적으로 진행해 방사성폐기물을 3000t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염으로 오염 부위를 제거하고 남은 폐기물은 다른 원전을 지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과학동아’ 2월호에 실린 원전 해체 과정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한수원은 핫스팟을 모두 입력한 뒤 폐기물 양을 최소화하는 해체방식을 찾아내는 ‘3D 해체물량평가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김 팀장은 “사과를 깎을 때 썩은 부분부터 도려내듯 핫스팟부터 제거해야 작업시간도 단축하고 피폭 위험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