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면 외교부 본부대사
쿠바와 북한은 여러모로 닮았다. 두 나라는 수준 높은 의료와 교육 시스템 등 한때 성공적 사회주의를 이룩한 동양과 서양의 모델 사례였다. 그러나 냉전 종식과 함께 갑작스러운 러시아의 원조 중단으로 국가경제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1990년대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쿠바와 북한은 다른 점이 훨씬 많다.
둘째, 쿠바는 미국에 아무런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다. 냉전사에서 유명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앙골라나 니카라과 같은 나라들의 혁명을 지원해 온 골치 아픈 쿠바는 옛날이야기다.
셋째, 국제적으로 쿠바 문제는 미국에 원군이 없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은 나라와의 관계가 가로막히는 걸림돌이다. 중남미는 물론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지난 20년간 미국에 금수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넷째, 인구가 200만 명이 안 되면서도 6명씩이나 연방 상하원 의원을 보유한 쿠바 동포사회는 미국 내 소수 인종 중 유대인 다음으로 정치력이 강하다.
쿠바는 6·25전쟁 때 한국에 물자를 지원하기도 했으나 피델 카스트로 댄스의 낭만을 찾아 한국 젊은이들이 해마다 5000명이나 관광을 가는 곳이다. 이제 쿠바와 국교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뿐이다.
권태면 외교부 본부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