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들여다보면 더 심란하다. 전체 177명의 여성 임원 가운데 외부영입 인사가 110명(62.1%)으로 자사 출신 53명(29.9%)의 배가 넘었다. 드라마 ‘미생’에서 안영이(강소라 분)가 원인터내셔널의 임원이 될 확률은 크지 않은 셈이다. 기업들이 내부에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성 임원을 키우기보다 필요할 경우 외부에서 검증된 인물을 데려다 쓰는 걸 선호한다는 얘기다.
▷공채도 아니고 영입 인사도 아닌데 ‘별’을 다는 여성도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같은 대주주 일가의 여성이다. 개그우먼 박은영이 ‘개그콘서트’에서 노래한 대로 ‘호적등본’이 최고의 스펙인 셈이다. 이런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기업에서 ‘유리 천장’은 여전히 공고하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율 30%까지 확대’ 같은 쿼터제가 정치권에서 논의되면서 공공 분야에서 여성 임원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럽에는 프랑스처럼 2017년까지 민간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40%까지 늘리도록 의무화한 나라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