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
삼베로 만든 캔버스에 가는 붓으로 그린 최현석 작가의 ‘장례호상도(葬禮好喪圖)’. 조선시대 병풍 그림의 표현법과 구도를 따랐다. 장례식장 건물 밖 사람들의 어수선한 움직임부터 가족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시신을 염하는 모습까지 한 폭 위에 끌어안아 치밀하게 묘사했다. OCI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OCI미술관에서 2월 15일까지 ‘2014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Cre8tive Report’전이 열린다. 이 미술관은 해마다 8명의 작가를 선발해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인천 남구 학익동의 창작스튜디오를 작업공간으로 제공한다. 작가들은 각각 40m² 정도의 공간을 쓰면서 수도와 전기료만 부담하면 된다. 작업 진척도와 결과에 따라 1년 연장 사용도 가능하다.
일정 기간의 창작활동 후 결과물을 보고하는 전시를 갖고 우승자를 정하는 몇몇 갤러리의 작가 지원 전시와 달리 경쟁 형식이 아니다. 그러나 긴장감 없이 자유롭게 만들어낸 작품을 느슨하게 열거해 놓았으리라는 예상은 틀렸다. 구획을 정했지만 작업과 생활을 위해 모든 작가들은 서로 이런저런 협력 활동을 경험해야 했다. 스타일과 표현 방법이 제각각인 이 무명작가들의 전시는 그래서인지 관람 동선(動線)을 따라 희미한 동료의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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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작가의 ‘Attack’. 성나 일그러진 사내의 얼굴에서 입을 지워 빼앗아 우울한 사회의 강박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드러냈다. OCI미술관 제공
이진영 작가의 ‘Inframince’. 19세기 초 방식으로 은 감광 유제를 바른 유리 원판을 사용한 사진 작업을 선보였다.
3층에서는 입체적인 회화 작업을 추구하는 홍정욱 작가(39)의 설치작품이 눈길을 끈다. 추상 회화를 분절하고 해체해 입체로 재구성했다. 캔버스를 이지러뜨려 확장된 틀을 형성한 뒤 선은 철사로, 면은 돌출한 목판으로 구체화했다. 아이디어를 스케치해 실물 제작을 공방 등에 맡기는 여느 설치작가와 달리 그는 모든 작업을 손수 진행한다. 치밀한 계산에 의해 해체시킨 입체가 수공을 거쳐 장식물의 가치도 얻었다. 02-734-044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