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장백기에서 연극 ‘해롤드 & 모드’ 주연으로 변신 강하늘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에서 벗어나 연극 ‘해롤드 & 모드’의 남자 주인공 해롤드로 변신한 배우 강하늘. 그는 “연극 해롤드 & 모드를 통해 대선배인 박정자 선생님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즐겁다”며 “배우로서 한 뼘씩 자라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어쩜 그리 이미지가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강하늘을 버리고 장백기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PD, 스타일리스트 등과 엄청나게 싸웠다”며 웃었다.
“미생에 캐스팅된 뒤 모든 스태프가 ‘캐릭터 장백기’에 맞는 스타일이 아닌 ‘배우 강하늘’에게 어울리는 꽃미남 스타일을 찾더라고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드라마에선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가 돋보여야 하잖아요. 2 대 8 가르마와 반 무테 안경도 100% 제 아이디어였어요. 똑똑한 신입사원이지만 고졸 출신 장그래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장백기와 잘 어울리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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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롤드 & 모드’에서 61세 나이 차를 뛰어넘어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해롤드 역의 강하늘(왼쪽)과 모드 역의 박정자. 샘컴퍼니 제공
“당시 여러 기획사에서 영입 제안이 들어왔어요. 죄다 ‘돈 안 되는 연극, 뮤지컬은 해선 안 된다. 돈이 되는 방송 쪽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죠. 모두 거절했어요. 황정민 선배님을 만났을 때 ‘무조건 1년에 한 작품 이상 연극 또는 뮤지컬 무대에 서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지금의 소속사와 인연이 된 거예요.”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이후 뮤지컬 ‘어쌔신’ ‘블랙 메리 포핀스’ ‘왕세자 실종사건’ 등에 출연하면서 약속은 지켜졌다.
‘미생’이 크게 히트한 이후 영화 드라마 장르 구분 없이 러브 콜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는 차기작으로 연극을 선택했다. 대선배 박정자(72)와 연상연하 커플로 호흡을 맞추는 ‘해롤드 & 모드’다. 그는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 비로소 스스로를 채우는 느낌이 든다”며 연극배우 출신인 부모의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했다.
“부모님은 제가 태어난 뒤 생계를 이유로 배우의 길을 포기하셨어요. 그런 가정환경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왜 연극하는 사람들은 가난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동시에 무대의 소중함도 알게 됐고요.”
무대에 치중하다가 드라마와 영화 쪽으로도 고개를 돌린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관객이 없어 접는 공연을 많이 봤다”며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린 뒤 무대에 서면 관객이 조금이라도 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몇 년 전부터 드라마 활동을 늘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9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해롤드 & 모드’는 지난해 11월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일찌감치 예매율 1위를 차지할 만큼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연극 연습을 위해 필리핀 세부로 떠나는 ‘미생 포상휴가’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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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 모드’는 다음 달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3만∼6만 원. 02-6925-560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