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초청 다국적 독서클럽 만든 웰시 숙명여대 교수
배리 웰시 숙명여대 국제언어교육원 객원교수가 13일 서울 중구 엠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북&컬처클럽’에 초청된 작가들의 저서를 들어 보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엠플라자 해치홀. 찰스 몽고메리 동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55)가 소설가 박민규 씨(46)에게 물었다. 피부색과 국적이 제각기 다른 100여 명의 관객은 눈을 반짝였다. 박 씨는 “잘 읽으셨다”고 답했다. 한 미국인 남성은 “한국어가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박 씨는 “한국어가 소멸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인류도 어차피 멸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관중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모임의 이름은 ‘서울북&컬처클럽’. 스코틀랜드 출신인 배리 웰시 숙명여대 국제언어교육원 객원교수(35)가 만든 다국적 독서클럽이다. 매달 1회씩 작가를 초청해 작품에 대해 질의응답과 토론을 벌인다. 통역원도 있다. 이날은 박 씨와 소설가 손보미(33·여), 오한기(29), 최민우 씨(39)가 초청됐다. 영문이 병기된 소설집 ‘K픽션’을 출간한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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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의 인기가 높아진 건 작가들이 모임에 오면서부터였다. 웰시 교수는 영문으로 번역된 한국 소설들을 읽고 직접 출판사와 작가에게 e메일을 보내 연사를 초청했다. 김영하 신경숙 황석영 등 한국인 작가뿐 아니라 외국인 작가도 왔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있다는 소식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직업도 교수, 직장인, 학생 등 다양했다. ‘이게 바로 내가 할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웰시 교수는 문학뿐 아니라 영화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올해 3월 ‘배리 웰시의 서울 필름 소사이어티’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직접 한국영화 DVD를 사서 매달 무료로 상영해주는 모임이다. 매달 50∼100명이 참석하고 있다. 그는 “어디에 살든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를 통해 소통하는 장을 제공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세계이주자의 날’(12월 18일)을 맞아 국제이주기구(IOM)가 정한 올해의 캠페인 주제는 ‘이주자는 사회에 기여합니다’. 웰시 교수처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주민들을 알리자는 취지다. IOM한국대표부는 18일부터 25일까지 서울광장에서 국내 첫 캠페인을 연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