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효과 톡톡히 본 이승훈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 금메달리스트이자 올해 소치 올림픽 남자 팀 추월 은메달리스트인 이승훈(왼쪽)은 사이클 선수 못지않은 심폐 지구력을 자랑한다. 올 시즌을 대비해 체력훈련중이던 이승훈이 10월 그의 도우미를 자처한 한국 사이클의 전설적인 스타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와 함께 라이딩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사진)도 사이클을 탄다.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딴 그는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살아 있는 전설’ 크라머르를 벤치마킹해 보자는 게 시작이었다. 5월 도로 사이클을 구입해 혼자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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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 도로 사이클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한국의 도로 사정과 운전 문화 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인 김 대표와 동행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즌이 시작된 11월 이전까지 둘은 매주 서너 차례 서울에서 경기 양평군 양수리나 가평군 유명산까지 왕복 70∼130km를 달렸다. 이승훈은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은 지루하기 때문에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을 느끼며 세상을 가르는 자전거는 3, 4시간을 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산과 언덕을 넘을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럼 ‘사이클 선수’로서의 이승훈은 어떨까. 김 대표는 “원체 지구력이 좋더라. 심폐 기능이 좋아서 언덕을 올라갈 때는 나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승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8월 그는 투르 드 코리아 예선으로 열린 동호인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열심히 달린다고 달렸는데 중년 아저씨들이 나를 훌쩍 추월하더라.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후 그렇게 낮은 순위는 처음 해 봤다. 더 열심히 타서 내년에는 사이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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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