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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치앙 살가두 “나무와 동물도 존중해야 최고의 사진 얻을 수 있어”

입력 | 2014-12-16 03:00:00

‘제네시스’展 참석차 첫 방한… 다큐사진 거장 세바스치앙 살가두




현존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자신의 ‘제네시스’전을 둘러보고 있다. 환경과 생태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와 서정성이 한 몸을 이룬 그의 흑백사진들은 지구의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일깨워준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 2004년부터 8년 동안 그는 120여 개 나라를 돌며 갈라파고스 제도, 알래스카, 사헬 사막 등 지구의 숭고함과 연약함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혹한 날씨와 모진 환경을 이겨내면서 길어 올린 흑백사진들은 지구에 바친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자 인류에게 닥칠 위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영화계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과 ‘피나’에 이어 그의 사진 여정을 기록했다. 그의 초상이 담긴 다큐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브라질 태생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설적 존재인 세바스치앙 살가두(70)의 이야기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리는 ‘제네시스’전(내년 1월 15일까지)을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그를 15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5년 전 도쿄에서 인터뷰한 뒤 두 번째 만남이었다. 여전히 눈빛은 형형하고 미소는 부드럽다. 》

―노동자와 난민들의 고통을 기록한 ‘노동자들’ ‘이민자들’ 시리즈와 달리 제네시스의 경우 동물과 풍경까지 담았다.

“브라질 고향의 농장을 물려받은 뒤 1999년부터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250만 그루의 토종 나무를 심어 황폐했던 땅이 국립공원이 됐다. 그 여정에서 자연과 가까워졌고 제네시스를 기획했다. 사전 기획과 전시 준비에 각 2년씩, 총 12년의 세월이 들어간 프로젝트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을 찍는 동안 지구의 46%가 창세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 오래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은 사람들이 아마존에만 100부족이 넘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태초를 닮은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과거를 들여다봐야 현재를 볼 수 있다.”

걸어서, 때론 보트와 열기구 등을 타고 32차례 여행하며 다양한 생명체와 인간의 삶을 기록했다. 지구가 생성된 시간, 원시적 공동체로 거슬러 가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해야 하는지 답을 찾는 여정이었다. 긴 성찰의 결론은 소박하다. 역사를 되새기고 지구를 존중하자는 것.

―제네시스 같은 프로젝트에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덕목이 있다면….

“최고의 사진을 얻으려면 인간은 물론이고 나무도 동물도 존중해야 한다. 모든 피사체에는 존엄성과 개별적 인격이 있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피사체에 집중하고 이해하면서 사진에 모든 것을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것이 내 사진의 핵심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에티오피아 북부 산간지방 850km를 55일간 연속으로 걸었을 때 얘기를 들려준다. “누군가 만들었을 길을 묵묵히 걸으면서 인류가 살아온 5000년의 시간을, 지구의 역사를 느끼는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제네시스 연작에 대해 그는 ‘진정한 모험이었고 대단한 배움이었다’고 회고한다. 이를 통해 만물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한다 해도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며 자부심을 드러낸 제네시스의 여정에서 그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숱하게 경이로운 여행을 했으나 가장 소중한 여행은 그 과정에서 경험한 나 자신으로의 여정이다. 알래스카의 고산을 오를 때 장엄한 풍경과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생명체를 만나고 태풍이 오가는 날씨를 겪으면서 나는 더 큰 것의 일부라는 것을 느꼈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진의 힘은….

“해석이 필요 없는 것이 사진이다. 그 자체로 메시지로 전달된다. 내 사진은 지구의 단면을 찰나의 순간에 담아냈다. 그 찰나가 모여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것이 사진의 힘이라고 본다.”

제네시스에는 자연과 인류의 기나긴 공존을 되살리려는 꿈이 담겨 있다. 그 꿈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진을 보러 온 사람과 보고 나서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 아니길 소망한다. 전시를 본 한국 관객들이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것, 지구와 함께 살아가려면 이 행성을 지켜야 한다는 데 공감해 주는 것이 그의 간절한 바람이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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