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박쥐’를 보고
‘박쥐’ 1막. 로잘린데(박은주)와 남편 아이젠슈타인(박정섭), 하녀 아델레(양제경)가 각자 속마음을 숨긴 채 파티에 초청받은 데 대해 들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2년 전 캐스팅과 오디션을 통과한 새 성악진을 혼합한 이번 출연진은 상상 이상으로 훌륭했다. 전형적 오스트리아 상류층의 허세를 탁월한 연기력과 음악적 표현력으로 보여준 아이젠슈타인 역의 박정섭, 초연 캐스팅의 저력과 놀라운 무대적 흡인력을 보여준 로잘린데 역의 박은주는 부부의 외도와 화해를 통한 ‘밀당’ 메커니즘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조연들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었다. 아델레 역 양제경의 놀라운 콜로라투라와 살아 있는 인형 같은 연기, 캐릭터의 균형감을 잡아준 프랑크 역의 김남수, 리릭 테너의 장점을 보여준 알프레트 역의 김기찬, 월드 클래스급의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오를로프스키 역의 이동규, 박쥐를 연상케 하는 의상과 시원한 발성을 보여준 팔케 역의 김영주도 이 프로덕션의 진정한 주인공들이었다. 치밀한 앙상블과 흥겨운 분위기를 잘 살려낸 정치용의 지휘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박쥐’는 서울시민들에게 행복함을 선사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연말 고정 프로덕션으로 정착돼야 함은 물론이고 서울이라는 메갈로폴리스를 대표하는 문화 수출 상품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세계 정상급 가수 섭외와 한국 대중문화의 흥행적인 요소(2막 갈라 무대) 추가, 프로슈 역의 국가 맞춤형 캐스팅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면 한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