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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문화]최고지하 25m, 통로길이 7㎞… 빛의 예술, 황홀한 文化허브

입력 | 2014-12-08 03:00:00

옛 전남도청 터에 들어선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A to Z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은 지하 1∼4층에 자리해 있다. 어린이문화원 내 체험관은 천정높이가 최고 12m로 맑고 상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체험관 천장(사진)이 지상에서 영롱한 빛을 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4일 무등산 설경(雪景)이 손에 닿을 듯 보이는 옛 전남도청 자리 도심공원. 느티나무와 잔디밭 사이로 가로 3m, 세로 2m 크기 사각형 유리창 76개가 햇살에 반짝였다. 채광창으로 불리는 유리창은 낮에는 햇볕을 받아 지하 어둠을 밝히고 밤에는 형형색색 빛깔을 세상에 전한다. 이 공원 밑에는 내년 9월 4일 문을 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둥지를 틀었다. 문화전당은 최고 지하 25m 깊이에 자리하고 있지만 채광창이라는 빛의 통로 덕분에 마치 지상에 있는 건물 같은 느낌을 준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는 보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 관광산업을 이끄는 ‘국부(國富)’다. 세계 각국은 문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술관, 복합 문화센터를 짓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다. 채광창처럼 아시아문화를 흡수하고 발산하는 문화의 샘이다. 연면적 16만1237m²로 국립중앙박물관보다 1.2배 크다. 6년 만에 완공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속살을 미리 들여다봤다.

‘빛의 숲’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전당 천장은 옛 전남도청과 도청 앞 분수대 주변에 조성된 드넓은 정원과 광장(9만6036m²·2만9051평)을 떠받치고 있다. 문화전당 시설 98%는 정원과 광장 밑에 감춰져 있어 처음 보면 평범한 도심공원으로 착각하게 한다. 지상에는 옛 전남도청과 별관 등 6개동 건물(2532m²·766평)만 남아 이 곳이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이라는 것을 증언한다.

옛 전남도청 별관 사이 길 200m 정도를 내려가면 지하광장과 정원(1만9174m²·5800평)이 나온다. 지하 2층 깊이인 아시아문화광장이다. 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 별관 길을 비롯해 10여 개 출입구가 있다. 지하철이나 공원을 이용한 출입구가 곳곳에 있고 화재에 대비해 소방도로까지 지하광장으로 뚫려 있다. 문화전당 내부에는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미술작품이나 재료를 운반하는 지게차 통로도 있다.

문화전당은 세계 최고 복합문화시설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내부 통로 길이가 7km나 된다. 문화전당 운영을 맡은 아시아문화개발원 이경윤 사무국장은 “전시시설을 구경하지 않고 내부만 걸어만 다니는 데도 1시간 반이 걸린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10여 개 길 중 하나를 선택해 어떤 종류의 체험을 하느냐에 따라 탐방코스가 수백 개로 나뉜다. 문화전당 5개원 가운데 옛 전남도청 등에 들어서는 민주평화교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원은 지하에 있다. 건물 큰 기둥을 제외한 벽 80% 이상이 유리로 돼 있다.

문화전당은 최고 10층 높이의 아파트가 지하에 들어선 것이지만 지상건물처럼 따뜻한 햇볕이 쏟아졌다. 지하 절개면에는 대나무가 심어져 숲 같은 느낌을 줬다. 건축가 우규승 씨가 문화전당을 설계하면서 ‘빛의 숲’을 주제로 삼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문화전당 5개 가운데 빛의 숲 색채를 가장 드러내는 곳은 어린이문화원과 예술극장이다. 어린이문화원은 지하 1∼2층 체험관 한쪽 벽이 거대한 유리다. 체험관은 넓게 트인 계단형태로 모든 공간이 흰색으로 칠해져 동심을 자극했다. 체험관은 천장 최고 높이가 12m로 따사로운 햇볕이 그대로 투영됐다.

예술극장 대극장(2000석)의 한쪽 벽은 열리고 닫히는 가변식으로 시공됐다. 이 벽은 지하정원·광장과 연결돼 있다. 문화정보원과 문화창조원은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빛의 통로가 있어 명암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은 옛 전남도청 건물 등을 리모델링해 사용한다. 민주평화교류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열흘간 이야기를 극장식 이색 감성 체험하게 하는 등 민주 인권 평화 정신을 아시아와 공유한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제공

아시아를 품은 문화허브

문화전당은 미술품과 문화재를 전시하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나 영국 대영박물관과 다르다. 복합문화시설인 프랑스 퐁피두센터나 영국 바비칸 센터와 성격이 비슷하다. 아시아 대표적 복합문화시설은 홍콩에 건설 중인 서(西)구룡 문화지구나 싱가포르의 복합문화센터 에스플러네이드를 들 수 있지만 아시아문화전당은 규모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화전당은 문화자료를 생산하고 축적하고 유통하는 ‘허브’다. 전당을 둘러본 김재웅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시설이 웅장하고 디자인이 뛰어나 마치 미로에 들어온 느낌”이라며 “문화를 창조하고 공연·유통하는 시설은 문화전당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문화정보원은 한마디로 문화전당의 문화 저장 창고다. 아시아의 유·무형 문화자원을 수집해 저장하고 연구한다. 문화 전문가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한다. 수집된 문화자원은 컬처 아시아(온라인)와 라이브러리파크(도서관)를 통해 공개된다. 라이브러리파크는 도서, 기록물, 사진, 영상, 음향 등 다양한 주제관으로 구성된다. 문화정보원은 근대 대학의 효시로 불리는 독일 훔볼트대에 있는 다양한 아시아 문화자료를 전산화하는 작업도 벌인다.

문화전당 허브의 핵심은 문화창조원이다. 6개 전시관과 3개 스튜디오, 6개 실험공간을 갖춘다. 전시관 가운데 가장 큰 복합1관은 터키 성소피아 성당을 3분의 1로 축소한 건물(방 28개)이 들어서 ‘집속의 집’이라는 이색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성소피아 성당의 돔 구조물은 유럽 끝에서 아시아 하얼빈까지 이어져 아시아가 유럽과 교류하고 그 정신을 전파한 흔적을 보여준다. 복합2관에서는 독일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케 등이 유물 동영상 예술작품을 전시해 아시아 문화와 미래를 보여준다. 이런 전시물 때문에 문화창조원은 ‘문화 창조자들의 집’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예술극장은 극장 2개로 이뤄졌다. 대극장은 무대와 객석 위치를 10여 개 형태로 바꿀 수 있다. 내년 9월 문화전당 개관 때 국내외 유명 극장, 페스티벌, 예술단체와 공동 제작한 작품 27편이 공연된다. 민주평화교류원은 옛 전남도청 등 5·18민주화운동 유적들을 리모델링한 민주인권평화기념관과 아시아문화교류센터가 들어선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 부모, 교사를 위한 창작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특화된 공간이다. 최종만 아시아문화개발원장은 “독일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 프랑스 르 콩소르시움 등 세계적 복합문화기관과의 교류협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 교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