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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바이러스 감염여부 1시간이면 안다

입력 | 2014-12-05 03:00:00

권요셉 연구원 진단키트 개발
검출시간 기존 16시간서 대폭 줄여… 작두콩 이용… 검사비용도 10분의 1로




권요셉 책임연구원이 노로바이러스를 들러붙게 만드는 단백질 ‘노로글루’가 담긴 용기를 왼손에 들고 있다. 권 연구원 앞에 놓인 작은 기계가 노로바이러스 진단키트다. 대전=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직장인 이모 씨(29)는 며칠 전 저녁 갑작스레 찾아온 복통과 메스꺼움 때문에 밤새 혼이 났다. 당시 머릿속을 스친 건 겨울철 식중독. 다음 날 오전 병원을 찾았지만 대증요법으로 장을 진정시켜 주는 주사와 수액을 맞은 게 전부였다. 겨울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단골손님인 노로바이러스가 원인이냐고 의사에게 물었지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만 돌아왔다. 현재 노로바이러스 검출에는 최소 16시간이 걸린다.

○ 노로글루에 노로바이러스 붙여 1시간 만에 검출

“1시간 만에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을 최근 끝냈습니다. 환자가 먹은 음식을 조사해 감염 경로도 추적할 수 있어요.”

권요셉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가리킨 곳에는 은행 번호표 발급기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기계가 놓여 있었다. 권 연구원은 “노로바이러스 검사 비용도 10분의 1로 줄였다”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 진단키트의 실물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단키트의 핵심은 노로바이러스에 들러붙는 천연단백질 ‘노로글루(NoroGlue)’다. 노로글루는 ‘노로바이러스에 딱 붙는 풀(glue)’이란 뜻으로 호남 특산물인 작두콩에 많이 들어 있다. 연구진이 김두운 전남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2년 연구 끝에 찾아냈다.

노로글루를 담은 용기에 노로바이러스를 통과시키면 노로바이러스가 노로글루에 달라붙으며 농축된다. 이 과정에 15분이 필요하다. 농축된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증폭한 뒤 유전자 칩에 담아 진단키트에 넣으면 즉시 감염 여부와 노로바이러스의 종류가 출력된다. 여기까지 대략 1시간이 걸린다.

권 연구원은 “신선식품의 노로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유통 전에 검사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사실상 불가능했다”면서 “다른 식중독 바이러스인 로타바이러스와 A형 간염 바이러스 진단키트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 슈퍼박테리아도 바이오마커로 30분 만에 확인

김승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만니(Acinetobacter baumannii)’가 어떻게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지 7년째 연구 중이다.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의 10%가 이 세균에 의한 것이며 사망률은 21.2%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인 페니실린(베타락탐) 계열도 이 세균에는 듣지 않는다.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은 보건 당국이 2010년부터 지정감염병에 포함시킨 슈퍼박테리아 5종 중 하나다.

김 연구원은 항생제를 투입했을 때 아시네토박터균의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고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세균을 항생제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디가드 단백질’이 있음을 알아냈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세균을 배양하기 전에는 세균이 어떤 종류인지, 어떤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환자의 피나 소변을 채취한 뒤 ‘보디가드 단백질’을 표지 단백질(바이오마커)로 사용해 30분 만에 아시네토박터균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