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부총리 사내유보금 과세방침에도… 30大기업 3분기 설비투자 15.6%↓ 장기 불황에 생산 늘릴 엄두 못내
3일 경영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동아일보의 의뢰로 집계한 ‘국내 30대 기업 투자실적’에 따르면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30대 기업의 올해 1∼9월 설비투자액은 46조22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조6727억 원)에 비해 6.9%(3조4458억 원) 감소했다.
특히 7월 정부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내년에 신설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직후인 3분기(7∼9월) 설비투자액은 15조5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8조3856억 원)에 비해 15.6%(2조8656억 원) 줄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연간 순이익에서 투자, 배당, 임금 인상에 쓰지 않고 남은 돈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때 3% 정도의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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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1∼9월 설비투자액이 14조47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조770억 원)보다 4.0% 줄었다. 그 대신 R&D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난 11조4122억 원으로 조사됐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불황 장기화로 대기업들이 생산 설비투자를 줄이면서도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R&D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30대 그룹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해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30대 그룹이 올해 들어 9월까지 투자한 금액(설비 및 R&D 투자)은 91조8500억 원으로 지난해(97조5000억 원)에 비해 5.8% 줄었다. 이 가운데 설비투자가 65조3700억 원으로 지난해(72조5300억 원) 보다 9.9% 줄었다. 하지만 R&D 투자액은 26조4800억 원으로 지난해(25조 원)보다 5.9% 늘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설비투자는 기업들이 앞으로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을 때 진행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페널티’를 앞세워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