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그제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해 “한중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국토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드가 거론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는 배치와 관련한 공식 협의를 한 바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추 대사가 “사드는 북한이 아닌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주장을 폈다.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내정 간섭 소지까지 있는 발언이어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여야 의원 12명이 추 대사의 발언을 들었지만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라면 추 대사에게 외교사절로서 주재국을 존중하라고 촉구했어야 옳다. 원혜영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추 대사의 발언을 전달하는 역할을 자임했다. 중국 정부에서 사드에 대해 우려하는 견해가 나온 적이 있지만 추 대사처럼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추 대사의 발언을 계기로 중국의 사드 반대론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 생존과 안보를 위해 최선의 미사일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주권적 선택을 해야 마땅하다. 중국이 간섭할 일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지금까지 6자회담 의장국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북한의 핵위협을 키운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