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금액 사상 최대 규모
박모 씨(42)는 1995년 순경으로 임용된 뒤 각종 사건을 처리하며 경사로 특진했다. 그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전화사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해 경위로 특진했다. 그러나 2008년 형사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인 지인에게 가짜 증거를 만들어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해임됐다.
이후 박 씨는 1년가량 국내에서 사업을 구상하다 여의치 않자 과거 자신이 처벌했던 전화사기범의 제안을 받고 2010년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곳에서 음란전화 서비스를 앞세운 소액결제 사기를 벌였으나 신통치 않았다. 박 씨는 사이버범죄 수사 경험을 토대로 신종 전화사기극을 기획했다. 2011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간 중국 해커로부터 국내 저축은행 12곳의 대출 거부자 명단을 사들였다. 박 씨는 대출이 거부된 피해자들만 노리는 ‘맞춤형 사기극’을 준비했다. 과거 자신이 수사했던 직업소개소 사장 강모 씨(36)를 통해 한국 내 술집 종업원들을 시켜 송금을 유도하는 전화를 걸도록 했다. 당시 이런 전화는 옌볜(延邊) 사투리를 쓰는 조선족이 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박 씨는 처음으로 한국인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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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검은 대출 희망자 2만 명에게서 400억 원을 챙긴 혐의로 박 씨의 동생 등 26명을 19일 구속 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박 씨 등 21명을 수배했다. 직업소개소 사장 강 씨의 수배 여부를 확인해주고 1000만 원을 받은 서울 모 경찰서 김모 경위(41)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