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대학교수들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신입생들의 실력이 과거에 비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야단이고, 기업에서는 대학 졸업생 중에서 쓸 만한 인재를 고르기 어렵다고 불평이다.
사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랜 기간에 걸친 정부의 ‘쉬운 수능’ 정책 때문에 올해도 나타났듯이 이제 ‘실수 안 하기’ 경쟁이 되고 있다. 좀 더 창의력 있고 도전적인 문제에 머리를 쓰기보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지식을 외우는 일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초중등 교육과 대학교육을 창의사회에 맞게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있어서 불행히도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고, 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다.
이보다 앞서 할 수 있는 일이 평가 방식과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사실 평가가 바뀌면 학생들이 거기에 맞추어 준비를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 자체가 바뀌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학입학전형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줄을 세우기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 특히 창의력과 타인과의 협동심을 강조할 수 있고, 기업에서도 신입사원을 뽑을 때 어떤 시험 성적 하나로 줄을 세우거나 스펙을 보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전형을 하는 것이다. 사실 이미 기업들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얼마 전 삼성그룹에서 입사전형 시 일률적으로 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을 보던 것을 앞으로는 직종별로 다양한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한 예가 될 것이다. ‘범용 인재’를 선발하는 대신 ‘맞춤형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한 해에 20만 명이 보는 ‘삼성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대기업의 입사 전형이 바뀌면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는 ‘초경쟁 사회’라고 불린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노력과 시간이 효율적으로 쓰이게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 적어도 학생들이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쓰면서 노력을 낭비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