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이 1964년 미국 뉴욕에 마련한 작업실 ‘실버 팩토리’ 일러스트. 그래픽 평전 ‘디스 이즈 워홀’에 수록됐다. 작업실 이름은 사진작가이자 한때 워홀의 애인이었던 빌리 네임이 작업실을 온통 은빛으로 꾸민 것에서 유래했다. 어젠다 제공
출판사 푸른지식은 올해 그래픽 평전 시리즈를 내놓았다. 출판 불황 속에도 4월 출간된 ‘찰스 다윈 그래픽 평전’(유진 번 글·사이먼 거 그림)은 초판 2000부가 모두 팔려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108쪽 분량으로 1만2000원이다. 앞서 출간된 문자 위주의 ‘다윈평전’이 1295쪽 분량에 5만 원, ‘찰스 다윈 평전’이 1, 2권 합쳐 2000쪽이 넘는 데다 각 권 3만5000원인 데 비하면 두께와 가격 부담이 훨씬 가벼워졌다. 푸른지식 편집부는 “기존 평전처럼 찰스 다윈의 삶을 일대기 순으로 풀기보다 가상채널 ‘유인원-TV’의 원숭이 제작진이 등장해 야생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설정으로 찰스 다윈의 업적과 삶을 풀어냈다”며 “2000년대 이후 그래픽 노블이 대중화하면서 독자들이 이런 형식을 통해 지식을 얻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로 소설처럼 길고 구성이 복잡한 만화책을 뜻한다.
파란만장한 찰스 다윈의 삶을 100쪽 분량으로 요약한 ‘찰스 다윈 그래픽 평전’. 푸른지식 제공
출판사 미메시스도 올해부터 ‘아티스트 그래픽 노블’ 시리즈로 ‘뭉크’(스테펜 크베넬란 지음)와 ‘반 고흐’(바바라 스톡 지음)를 출간했다. 예술적 성취가 뛰어나지만 어둡고 우울한 삶을 산 예술가를 만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친숙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미메시스 홍유진 팀장은 “예술가의 화풍 변화에 따라 그래픽 노블도 화풍이나 색감에 변화를 줘 직관적으로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평전은 외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수준에 아직 머물러 있다. 푸른지식 윤미정 대표는 “백남준 이중섭 이상 같은 한국 예술가의 일대기를 다룬 그래픽 평전을 쓰고 그릴 국내 작가를 찾고 있다”며 “요즘 독자들은 문자만으로 돼 있는 책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그래픽 평전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