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국회의원 동시 뽑는 2016 총선 전초전인 지방선거 정치 불신-경기 침체 여파 집권당 텃밭인 타이베이市서 與 엘리트후보, 무소속에 고전 동병상련 한국 정치권, 대만선거에서 교훈 배워야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무엇보다 시장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들의 면면이 흥미롭다. 여당 국민당 후보로는 부총통과 행정원장 등 요직을 거친 롄잔(連戰) 명예주석의 아들 롄성원(連勝文)이 나섰다. 롄성원은 미국 로스쿨 졸업 이후 교통카드 회사의 대표로 활동한 기업인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권력과 부를 지닌 정치 엘리트 가문을 등에 업고 후보가 되었고, 그 집안의 재산이 수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중의 반감이 크다는 게 약점이다.
야권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만대병원 외과의사인 커원저(柯文哲)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커원저는 공직에는 처음 출마하지만 야당 민진당 쪽에서 정치활동을 했고 각종 현안에 대해 직설적 발언을 해 대중의 인기가 높다. 커원저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무당파와 젊은 세대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대만의 제1 야당 민진당은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사상 처음 후보를 내지 않고 커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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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만 지방선거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크다. 첫째,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2016년 1월 총선의 전초전이다. 따라서 차기 권력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간 대만 경제는 세계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성장률 하락, 실업률 상승 등 침체를 겪고 있다. 또한 타이베이와 같은 대도시에서 주택 가격 상승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불만이 커졌다. 그 결과 집권 6년 차인 마잉주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국정 지지도가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번 선거에서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표심으로 이어져 여당이 패배할 경우 1년 남짓 남은 2016년 총선에서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여당이 선방하면 정권 재창출의 희망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지방선거 결과는 양안(兩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마잉주 정부 출범 이후 대만은 중국과 경제협력협정을 맺고 교류협력을 늘려왔다. 그러나 최근 대만사회에서 중국과의 교류협력에 대한 우려와 반중(反中) 정서가 증가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게 되면 양안관계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만과 한국의 정치는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 정치권은 이번 대만 지방선거로부터 소중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유권자들이 정치권 밖에서 대안을 찾게 된다는 사실이다.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커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핵심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은 한국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이 이미 하나의 사례가 됐다. 최근 차기 대권 후보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거론되는 현실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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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ny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