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문학상 수상 김연수, 산문집 ‘소설가의 일’ 펴내
김연수 작가는 달리기 마니아다. 관련 책을 번역하고 산문집까지 냈다. ‘소설가의 일’에는 달리기 얘기가 없다. 그는 “달리기 이야기까지 썼다면 ‘작가가 되려면 달리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기가 꺾이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소설가 김연수(44)가 ‘창작의 비밀’을 담은 산문집 ‘소설가의 일’(문학동네)을 출간했다. 1993년 등단한 김연수는 2001년부터 홀수 해마다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차례로 수상해 ‘우리 시대의 작가’로 불린다.
이번 산문집에는 김 작가만의 창작론이 담겼다. 신춘문예의 계절인 요즘 예비 문인들이라면 더더욱 그의 창작론이 궁금하지 않을까. 12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김 작가는 “처음엔 소설가가 언제 자고 일어나는지와 같은 일상을 썼는데, 쓰다 보니 소설 쓰기에 대해 알게 된 것들, 소설 쓰기가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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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면 평생 낙선자일 수 없어요. 사다리를 계속 밟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 시점엔 사다리 하나가 굉장히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 연연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김 작가는 마감이 없을 때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아침 먹을 때까지 2시간 정도 전날 메모해둔 것을 문장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소설은 오전 9시부터 점심 전까지 2시간, 그리고 오후에 2시간가량 쓴다. 많게는 6시간씩 쓰기도 한다. 마감을 앞두면 잠자거나 밥 먹는 시간 말고는 모두 소설을 쓰는 데 할애한다. 김 작가는 책에서 “재능은 원자력 발전에 쓰는 건가요”라고 반문하며 “재능 따위는 그만 떠들라”고 말한다. 24시간 내내 문장 한 가지만 생각하란 뜻이다.
“처음 썼던 글이 없어지고 완전히 새로운 글이 나올 때까지 씁니다. 고쳐 쓰기가 중요해요. 등장인물이나 단어 하나씩 바꿔 보면서 단계별로 고치다 보면 굉장히 좋아집니다. 일곱 번 고치고 여덟 번째 고칠 때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집니다. 한 번 더 고치면 어마어마하겠죠.”
김 작가는 직접 창작론을 가르친다면 30분 시간을 정해놓고 원고지 1장을 쓰고 5분 쉬는 방식으로 오전, 오후 3시간씩 하루 12장씩 100일 정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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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훔쳐본 김 작가의 수첩에는 메모가 빼곡했다. 문학동네 겨울호에 발표할 예정인 단편소설을 완성하는 과정에서도 고쳐야 할 문장이나 설정이 떠오르면 수시로 수첩에 적고 고쳐 쓰기를 반복했다. 더는 힘들어서 여기가 끝이란 생각이 들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소설가의 일’이 신춘문예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의 기를 꺾어 놓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