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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벽 무너져 몇번이나 긴급탈출”

입력 | 2014-11-13 03:00:00

[세월호, 돌아본 210일]
수색 총괄했던 88수중 유충열 팀장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전담한 88수중의 유충열 잠수총괄팀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스튜디오에서 세월호 도면을 들고 수중수색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수중수색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수중수색을 전담하는 88수중의 잠수총괄팀장 유충열 씨(51)는 실종자 수색 베이스캠프인 바지선 ‘88 128호’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보내오는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특히 4층 중앙 화장실로 들어간 잠수사 최모 씨(44)의 영상에 집중했다. 단원고 실종자 황지현 양(17)이 있다고 지목된 곳이다.

유 팀장의 눈에 빨간 물체가 스쳤다. “잠깐, 윗부분에 빨간 거, 보여?” 잠수사 최 씨의 호흡이 불안정해졌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최 씨가 손을 더듬는 모습을 보며 유 팀장은 얼마 전 최 씨가 객실에서 각목을 만지고는 “사람 정강이 뼈 같다”고 착각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제발…. “구명조끼, 이거 시신 같아요.” 무전이 흘러나오자 바지선 위 해경, 해군, 잠수사 모두 모니터 앞으로 달려왔다. 7월 10일 언딘 대신 투입돼 8일 만인 18일에 조리원 이묘희 씨(56·여)를 수습한 지 102일 만에 황 양이 발견되자 유 팀장은 동료들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목숨 걸고 일한다는 자부심이 약해지던 때 그렇게 발견된 황 양 덕분에 힘을 얻었죠”라고 했다.

11일 전남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고향인 경남 진주에 들렀다가 12일 새벽 서울로 올라와 인터뷰에 응한 그는 지난 4개월 동안의 수중수색은 ‘사투’였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만 선체 수색 도중 벽이 무너져 내려 퇴로가 막히는 바람에 대기하던 잠수사가 긴급히 들어가 통로를 확보해 탈출한 게 수 차례. 약 7개월을 바닷속에 있었던 세월호 내부는 못과 경첩, 나사와 볼트 등이 완전히 녹스는 바람에 샌드위치패널, 문짝 등이 조그만 진동에도 내려앉았다. 유 팀장은 “잠수사가 내뿜는 탁구공만 한 공기방울이 내장재를 때리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고 말했다. 30년간 잠수를 생업으로 삼아온 유 팀장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아니면 맹골수로에서 잠수할 사람이 없다는 자부심과 실종자 가족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버텼다. 인터뷰 말미에 “미안하다”고 말한 그는 “정말 9명 다 찾아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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