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춘천지법 제1형사부(최성길 부장판사)는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 김모 씨(55)를 때려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최모 씨(20·무직)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 논란을 불러일으켜 경찰이 그 판단요건을 완화하기로 하고 관련 법개정이 추진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재판에서 최 씨의 변호인은 집에 침입한 도둑을 제압하기 위해 불가피한 폭행을 행사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점으로 미뤄 정당방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당초의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피해자 김 씨가 평소 앓고 있던 간질이 의식불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김 씨의 응급수술을 집도했던 의사 및 간질을 치료했던 의사에게 확인한 결과 간질 때문에 외상성경막하출혈(뇌출혈)이 일어난 사례는 현재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은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밝힐 필요가 있다. 간질과 뇌출혈, 식물인간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 내역을 신청하고 피해자의 병력 사항을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흉기로 봤던 빨래건조대와 관련해 "공소장에는 주요 증거물인 빨래건조대의 크기와 재질 등 구체적 정보가 나와 있지 않다"며 "빨래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으로 규정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3월 8일 오전 3시 15분경 강원 원주시 남원로의 한 개인주택에서 발생했다. 술을 마신 뒤 귀가한 최 씨는 방에서 나오던 김 씨를 발견하고 김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넘어뜨렸다. 이어 도망가려는 김 씨의 머리를 발로 차고, 빨래건조대로 가격했으며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때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김 씨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 씨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최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집단·흉기 등 상해)'로 기소했고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8월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피해자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결심공판은 다음달 17일 오후 3시 20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