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마을’에 친환경 에너지타운 유치한 지진수씨
마을 주민들은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사업을 못마땅해했다. 1998년의 일 때문이다. 당시 홍천군은 이 마을에 하수처리장과 가축분뇨 처리 시설을 짓기로 하면서 마을 진입로 확장과 다리 건설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홍천군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분뇨 처리 시설이 들어서자 소매곡리는 이웃마을 주민들에게 ‘냄새나는 마을’로 불렸다. 땅값도 옆 마을의 절반도 안 되는 평당 20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 일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두 번은 안 속는다”며 에너지타운 선정에 반대했다.
지 이장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반대가 심한 식당 주인에게는 마을회의 후 회식 손님을 몰아주면서까지 설득을 시도했다. 그래도 돌아서지 않는 주민에게는 마지막 설득 카드로 두 딸 얘기를 꺼냈다. 지 이장에게는 여덟 살, 다섯 살 된 딸이 있다. “제가 나고 자란 마을이고 딸아이들이 앞으로 10년은 더 살 동네인데 해로운 시설이면 왜 마을에 들이자고 하겠습니까.” 결국 그는 마을 57가구 121명의 주민 중 97명에게서 에너지타운 사업에 찬성한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지 이장은 홍천농고를 졸업한 뒤 군 입대를 하기 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누나들이 살고 있는 인천에서 6개월간 지낸 것을 빼고는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 전임 이장이던 2년 선배가 서울로 떠난 뒤 마을 노인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2010년 12월 이장을 맡았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함께 착공식 테이프 커팅에 참여한 지 이장은 착공식 후 이장을 그만두려 했다가 마을 어른들의 성화에 완공 때까지 이장을 계속 맡기로 했다.
2016년 9월 에너지타운이 완공되면 주민들은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가스로 만든 뒤 강원도시가스로 보내게 된다. 강원도시가스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로 만들어 소매곡리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가구당 연간 90만 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주민들은 또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고체형 찌꺼기는 퇴비로, 액체는 액체비료로 만드는 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여기서 나오는 퇴비와 액체비료를 팔아 연간 5200만 원의 마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