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모뉴엘 미스터리’ 홍콩에 가짜 조립공장 세우고… 은행실사 대비 현지인 채용도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31일 허위로 수출신고를 하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로 구속된 박 대표와 모뉴엘 임직원들의 사기대출 금액이 3조2000억 원 규모라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9년 1월∼올 7월 3300여 차례에 걸쳐 홈시어터 PC케이스 120만 개를 수출하면서 수출단가를 300배 넘게 부풀렸다. 홈시어터 PC케이스의 대당 단가는 8000∼2만 원으로 총 수출 가격은 96억∼240억 원이었지만 당국에는 3조2000억 원이라고 신고했다. 이를 근거로 어음(외상매출채권)을 발행해 은행에서 부당대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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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등은 이런 수법으로 대출받은 자금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한 뒤 빼돌려 446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박 대표는 40억 원을 서울 시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으로 탕진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어바인의 고급주택(10억 원)과 제주도 리조트(16억 원)를 구입하는 데에도 사용했다. 28억 원은 주식 투자, 신용카드 대금 납부 등에 쓰고 16억 원은 박 대표 부인 명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2층짜리 커피숍을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부당 대출금 3조2000억 원 중 현재까지 은행에 갚지 못한 금액은 6745억 원에 이른다. 관세청 관계자는 “박 대표가 위장 조립공장을 만들고 해외에서 매출을 발생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장기간 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