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 보고서
“논문심사 날, 다과를 준비했는데 (교수가) ‘이런 싸구려를 가져 오냐. 넌 논문 두 번 다시 못 쓸 줄 알아’라며 저에게 (다과를) 집어던지고 폭언과 폭행 위협까지 가했습니다.”(의약계열 대학원생 A 씨·31)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자르겠다고 잦은 협박을 하더니, 교수님 부인을 (논문의) 공저자로 기재하라고 했습니다.”(자연계열 대학원생 B 씨·27·여)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있는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공간 ‘드림엔터’에서 전국 대학원생 23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내에서 전국 단위의 대학원생 연구환경 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21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지도교수와의 ‘갑을관계’에서 부당한 처우를 감수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의 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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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심사, 연구비 책정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지도교수와의 관계에서 대학원생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은 이미 고질적인 문제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5%가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빈번한 문제로는 ‘대학원생 개인의 존엄권 침해’가 꼽혔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31.8%(중복 응답)가 신체·언어적 폭력은 물론이고 성희롱 성추행 등 개인의 존엄권을 해치는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부당한 일을 강요받거나 사생활을 간섭하는 등 ‘자기결정권 침해’(25.8%)를 문제로 꼽기도 했다. 응답자들은 “자녀의 과외를 무료로 해주거나 운전, 설거지, 쇼핑 등 자잘한 심부름을 떠맡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학업연구권(20.2%) 저작권(9.5%) 등 사제간에 서로 존중해야 할 권리들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작 대학원생들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 부당 처우를 경험한 1354명 중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시정을 요구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응답자는 24.8%에 불과했다. ‘참고 넘어 간다’는 답변이 65.3%를 차지했다. 9.9%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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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