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정치’ 민낯 드러내고 끝난 16대 중앙종회 선거
부처님 앞 쇄신 약속 어디로… 2012년 일부 승려가 개입된 백양사 도박 사건이 불거지자 대한불교 조계종이 종책 해체와 재정의 투명한 운영 등 종단의 자성, 쇄신을 다짐하는 사회적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뒤에는 ‘반드시 쇄신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 문구가 보인다. 동아일보DB
○ 종단 정치와 종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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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거대 종단을 이끌기 위해 정책 개발과 대안 제시를 위한 종책 모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 종책들이 건설적인 역할보다는 4년마다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를 중심으로 자리다툼을 위한 세력 구축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백양사 도박사건 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참회의 108배를 하며 스스로 “종책 중심의 이합집산이 종단 개혁과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투명한 종단 운영을 위해 종책을 해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자승 스님과 가까운 종책 모임인 화엄과 법화회는 물론이고 무차, 무량, 보림회 등 다른 종책들도 잇달아 해산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종책들은 지난해 10월 제34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이름을 바꾸거나 다양한 합종연횡으로 모습을 바꾼 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 무늬만 바꾼 종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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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분석에 따르면 ‘여권’에 해당하는 불교광장은 직할교구를 포함한 교구 본사 중심의 직선직과 간선 형태의 직능 대표를 합해 56석, ‘야권’으로 분류되는 삼화도량은 15석을 차지했다. 비구니 선출위원회에서 뽑는 비구니 몫은 10석이며 현재 내부 반발로 1명이 사퇴한 상태다.
불교광장(화엄 법화 무량회)과 삼화도량(백상도량·옛 보림회, 무차 원융회)은 이름만 바꿨을 뿐이지 옛 종책들의 연합체다. 그래서 종회 선거를 계기로 불교광장에서 직함은 없지만 이 모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자승 스님이 영향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평가한다. 비구니 의석을 빼도 종단법, 종헌을 바꿀 수 있는 기준인 3분의 2(54석) 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삼화도량을 이끌고 있는 영담 스님은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여권의 세가 너무 강해 견제를 위해서라도 종책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종단정치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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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회 다수파는 총무원 주요 보직은 물론이고 말사(末寺) 주지 추천권이 있는 교구 본사 주지선거에 다시 영향을 미쳐 세력을 재생산해왔다. 총무원장 선거에서 지면 특정 문중의 세력이 유난히 강한 교구를 빼면 승리한 종책들을 중심으로 하루아침에 주지가 바뀌는 게 다반사였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종책들이 금권선거와 불필요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사회적 약속을 지켜 종책을 해산하고, 사찰 재정의 공개와 재가불자의 참여 확대를 통해 종단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