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오피니언팀장
참석한 의사들이 “미국인들이 7일 코네티컷 파밍턴 시에 새로 문을 연 잭슨연구소의 유전의학연구소에 아시아 사람을 소장으로 앉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물었다. 기자는 “생각보다 굉장했다”고 말했다.
쥐 실험을 통해 생명의학을 선도해온 잭슨연구소는 이번 파밍턴 연구소 개소를 계기로 유전자 연구를 통한 암과 난치병 극복에 주력할 계획이다. 개소식에서 가장 기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연구소 본사와 주 정부가 리 박사를 영입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었다. 우선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보스턴에 생활 기반이 있는 그에게 코네티컷으로의 이주를 권하면서 예일대 의대 석좌교수직을 보장하고 연구소장직도 무려 10년을 보장했다. 운영에 관한 전적인 권한은 물론이고 실험용 쥐를 무제한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실험용 쥐는 마리당 수백 달러씩 할 정도로 비싸다).
“코네티컷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시도가 시작됐다. 연구소 건설에 들어간 예산은 코네티컷 시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됐고 건물을 지은 사람들도 우리 시민들이다. 연구소가 새 일자리와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리라 확신한다.”
미 인간유전체연구소(NHGRI)의 에릭 그린 소장도 “연구소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의회, 정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노벨상 이야기로 넘어갔다. 기자가 참석자들에게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노벨상을 탔으면 좋겠다는 리 박사의 말을 들으면서 단순한 애국심 차원이라기보다 한국 의료의 잠재력을 정말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수한 인력, 잘 정돈된 건강진단과 치료 데이터 등 한국이야말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조건을 갖고 있다고 보더라”고 하자 참석자들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는 마당에 찰스 리의 존재는 어떻게 보면 밖에서 주어진 기회인데 관계당국에서 아직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리 박사를 보는 눈이 좀 폐쇄적이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