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伊 장기침체, 獨경제도 급랭… 신흥국 전망마저 악화일로… 세계경제 디플레이션 공포 엄습 산업생산 위축, 기업투자 감퇴… 한국경제는 비상등 켜진지 오래 소모적 정쟁으로 낭비할 시간없어… 정치쇄신-기업경쟁력 강화 시급
전광우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석좌교수
글로벌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인플레가 고혈압이면 디플레는 위험 수준의 저혈압이다. 더군다나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비상이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는 사상 최초로 미국과 영국의 금융위기 대응 가상훈련이 있었다. 경기 회복세가 가장 견실한 양국의 해당 기관 수장들까지 참가한 이번 합동훈련은 다른 나라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장기 침체에다 유럽의 기둥인 독일 경제의 급속한 냉각으로 유로존 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 불안이 겹친 남미는 더욱 어렵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거의 디폴트 상태고 브라질도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푸틴 정부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으면서 곤두박질쳤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지방 부채, ‘그림자금융’ 등 잠재 리스크를 가진 중국의 감속 추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폭락으로 신흥국 전망은 악화일로다.
광고 로드중
우리는 급성질환에 유독 강하지만 만성질환에는 약한 것 같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같은 대형 위기는 가장 성공적인 조기극복을 기록했다.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응급처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각 증세가 덜한 만성질환의 경우에는 구조개혁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문제다.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를 통한 근본적인 치료를 늦추다 보니 위기는 반복된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다.
위기 상시화 시대의 생존전략은 자명하다. 첫째, 정치 쇄신이다.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가 산다. 대내외 환경 변화기에 취약한 국가들은 정치시스템의 비효율이란 공통점을 가진다. 반대로 이 와중에 잘나간 나라도 있다. 인도는 올해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안정적 국정운영과 과감한 경제개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외국인투자가 대폭 늘었고 주가도 크게 뛰었다. 최우선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둘째, 선제적 정책조합이다. 위기상황에서 정책 대응은 ‘신속’하고 ‘과감’하며 ‘충분’해야 한다. 과잉대응(오버슈팅)의 부작용은 당연히 경계할 일이다. 그러나 활력이 극도로 떨어진 ‘중립기어’ 시기에는 강도 높은 정책조합의 시너지가 없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지난주 한국은행 금리인하에 대한 냉랭한 시장 반응은 그리 놀랍지 않다. 당면한 ‘뉴 노멀’ 시대는 중앙은행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한다.
셋째, 위기의식과 책임의식 공유다. 과도한 위기감 조성은 피할 일이지만 도전적 상황에 대한 바른 인식과 공감대 없이는 국민 역량의 결집이 불가능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고령화시대에 연금 개혁 같은 국가 미래를 위한 숙제를 미룰수록 다음 세대의 부담과 피해는 감당할 수없이 커진다. 고통 분담의 국민적 의지, 공직자의 사명감, 진취적 기업가정신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광고 로드중
전광우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