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관리된 공공 미술품은 도심 속의 활력소가 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화재 본사 건물에 있는 박은선 작가의 ‘화합’이라는 조각품(위)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안에 설치된 가오샤오우의 ‘STANDARD TIMES’(아래). 공공미술포털 제공
#2.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 앞. ‘애물단지’ 신세가 된 쇳덩이 조형물이 건물 한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원래 조형물이 있던 자리는 카페 파라솔이 대신 차지했다. 구석으로 밀려난 조형물은 새까맣게 먼지가 타 있고 군데군데 불법 광고물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달 말 관내에 있는 300여 개 건물의 ‘공공 미술품 관리 현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강남구 내 대형 빌딩 9곳에서 △미술품이 불법적으로 철거돼 흉하게 방치됐거나(7건) △그림을 떼버리거나 그림이 있는 자리에 회사 홍보 게시물을 부착한 경우(2건) 등의 불법 행위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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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관계자는 “더럽게 방치된 작품은 건물주들이 ‘원래 그런 작품’이라고 해명하는 방식으로 시정명령을 피해 가는데 이 경우 도시 미관을 해치더라도 관리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골치”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매년 점검을 벌여 관리가 소홀한 작품에 시정명령은 내리지만 이행하지 않을 때 강제할 방법이 없어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미술포털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에는 총 3280개의 공공 미술품이 있다. 이 중 강남구에 가장 많은 314개의 미술품이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초구에는 285개, 영등포구에는 279개의 공공 미술품이 설치돼 있다.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연면적 1만 m² 이상 신·증축하는 일정한 용도의 건축물은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1% 이하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하거나 직접 설치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공 미술품을 설치한 후 건물주 측에 관리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도심 속 공공 미술품은 관리 없이 방치하면 흉물로 전락하기 쉽다”며 “관리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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