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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성수대교 참사 20년 ‘눈물의 위령제’

입력 | 2014-10-22 03:00:00

“오늘도 그날처럼 슬픈 비가 내리네”




성수대교 붕괴 20주기인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위령제가 치러졌다. 희생자 가족들이 차례로 나와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그때 집 밖으로 뛰어나가는 언니를 돌려세워 우산을 건넸더라면…. 언니는 한강을 건너 무학여고로 가는 한성운수 16번 버스를 놓쳤을 테고 그날 그 시간에 성수대교 위에 있지 않았을 텐데.’

꼭 2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로 큰딸 황선정 양(당시 16세·무학여고 1학년)을 잃은 황인옥 씨(60)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서 자책하는 둘째 딸(34)을 데리고 21일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을 찾았다. 이제는 아이 엄마가 된 황 씨의 둘째 딸은 모자를 눌러 쓴 채 맨 뒷자리에 앉아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위령제에는 손녀딸도 함께해 “이모를 소개해주겠다”던 황 씨의 다짐도 지켜졌다.

성수대교 붕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매년 사고일인 10월 21일 성수대교 북단에 세워진 위령탑에 모여 추모제를 지낸다. 올해도 20여 명의 가족이 모여 제사상을 차렸다. 사고로 동생 김중식 씨(당시 31세)를 잃은 누나 김모 씨(53·여)는 위령제를 마칠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였다. “오늘이 딱 그날 같아. 그날도 이렇게 하루 종일 비가 왔거든.” 사고 당일을 떠올리던 김 씨가 쥐고 있던 손을 펴자 붉은 손톱자국이 남아있었다.

천막 밖에서 비를 맞으며 가족들의 헌화를 말없이 지켜보던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경찰의 날 표창을 받으러 가다가 사고를 당한 당시 의경 이경재 씨(41)였다. 직장에서 달려온 듯 회사 점퍼를 입은 이 씨는 위령제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나 제사가 거의 마무리된 다음에야 비로 흠뻑 젖은 돗자리 위에서 헌화했다. 이 씨는 사고로 형 중식 씨를 잃은 김학윤 씨(47)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희생자들이 탄 시내버스가 내가 탄 버스 위로 떨어졌더라면 그분들은 살았을 텐데, 항상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김 씨는 두 손을 꼭 쥐고 어렵게 말을 꺼내는 이 씨의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사고로 아버지 최정환 씨(당시 55세)를 잃은 최진영 씨(47)는 아내와 나란히 아버지 영정에 절을 올렸다. 최 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 앞에서 아버지 잃은 슬픔을 어떻게 이야기하겠느냐”면서 말을 아꼈다. 최 씨의 부인(47)은 “그때 내가 임신 8개월이었는데 두 달 후 낳은 아기가 지금 군대에 가 있다”면서 20년 세월을 되새겼다. 위령제가 열린 21일 오전 성수대교에서 불과 20여 km 떨어진 경기 성남시 분당의 여러 병원에서는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발인이 치러졌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