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집 ‘콰이어트 나이트’ 들고 5년만에 돌아온 서태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만난 가수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이란 별칭이 자랑스럽지만 족쇄 같기도 하다. 후배 누군가가 빨리 이 타이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오빠 서태지’는 ‘아빠 서태지’로 단단히 변했다. 새 앨범 콘셉트도 ‘동화’다. 서태지는 “딸이 예닐곱 살이 돼 세상을 여행하면서 느끼게 될 이야기를 상상해 담았다. 앨범 표지의 소녀도 그런 딸의 모습”이라면서 “마지막 곡(‘성탄절의 기적’)은 임신한 아내의 배에 대고 들려주던 태교음악이었다”고 했다. “‘컴백홈’에서 ‘또다시 부모의 제압이 시작됐지’라고 했는데, 딸에게 전 어떤 아빠가 돼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잔혹동화도 숨겨뒀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저희 집에서 보안사 건물도 보였고 검문검색도 많았어요. 그때 느낀 공포를 ‘소격동’의 울렁울렁하는 신시사이저 소리에 담았어요.”
새 앨범에는 ‘한물간 90s Icon/물러갈 기회가 언제일까 망설이네’(‘90s Icon’ 중)란 가사가 있다. “음악 만들 때마다 ‘90년대같이 할 수 있을까… 안 되는구나, 안 되는구나’ 하는 좌절을 매일매일 겪어요. 7집의 ‘제로’ ‘로보트’란 곡에 고해성사도 했죠. (가요계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그래도 우리의 스타는 떠있을 것이다’라는 희망, 용기를 노래로 말씀드리려 했어요.”
전문가들은 신작을 “강렬한 전기기타보다 신시사이저 소리가 더 부각된 일렉트로 팝”으로 칭하며 “서태지 특유의 치밀한 사운드 메이킹이 친근한 멜로디와 조화를 잘 이룬 앨범”으로 평가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서태지의 최고 곡으로 전문가 다수는 ‘모아이’(8집·2009년)를 꼽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