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천 대북전단에 총격]
북한은 이날 탈북자 단체 등이 날려 보낸 대북 전단(삐라)을 향해 고사총을 쏜 뒤 이에 대응사격을 실시한 한국군을 향해 소총탄을 발사했다. 남북이 기관총과 소총을 동원한 총격전을 벌인 20여 분간 인근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군 당국도 일촉즉발의 초긴장 속에서 최고 단계의 국지도발 대비태세를 발령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 기관총과 소총으로 20여 분간 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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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앞둔 10일 오후 3시 55분경. 경기 연천 지역 군사분계선(MDL) 북쪽 지역에서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총성이 울렸다. 총성은 20여 분간 2, 3발씩 간헐적으로 들렸다. 총 10여 발이었다. 군은 즉각 북한군의 도발 상황으로 보고 사태 파악에 나서면서 경계태세 강화에 돌입했다.
북한의 도발이 확인된 시각은 오후 4시 50분경. 군 병력이 현장에 출동해 연천 지역의 부대 주둔지와 중면 삼곶리 면사무소 인근에서 북한군의 14.5mm 고사총탄 5, 6발을 발견했다. 14.5mm 고사총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북한군이 최전방 감시초소(GP)에 집중 배치한 대공(對空) 화기다.
군은 북한군이 탈북자 단체 등이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쏜 고사총탄이 우리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교전 규칙에 따라 대응작전에 돌입했다. 보고를 받은 최윤희 합참의장은 우리 영토에 적탄이 날아든 만큼 예하 부대에 대응사격을 하라고 지시했다. 북한군이 장사정포 등으로 확전할 가능성에 대비해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MLRS) 등 최전방 지역 아군 포병 전력도 전투 대비태세에 들어갔다.
오후 5시 반. 우리 군은 북한군 GP를 향해 대형 확성기로 “귀측은 명백히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도발을 감행했다”는 경고방송을 했다. 10여 분 뒤 아군 GP에서 MDL 북쪽의 북한군 GP로 K-6 중기관총 40여 발을 발사했다. 양측 GP 간 거리는 약 1.5km. 군 관계자는 “북측의 고사총 발사 원점을 확인하기 힘들어 교전 규칙에 따라 다른 북한군 GP를 향해 대응사격을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같은 종류의 무기로 3배 이상 반격하는 교전 규칙을 따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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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국정감사를 받다가 오후 6시경 상황을 보고받은 뒤 합참 지휘통제실로 옮겨 교전 상황을 직접 챙겼다.
○ 남북한 4년 만의 MDL 총격전
남북이 MDL을 사이에 두고 총격전을 벌인 것은 2010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북한군은 강원 철원군 근남면의 아군 GP를 향해 14.5mm 고사총 2발을 발사해 아군이 K-6 기관총 3발로 대응사격을 한 바 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조사팀을 연천 지역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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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