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세월호 참사 직후의 분노가 그대로 배어 있다. 분노와 슬픔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주구장창’ 놀기만 하는 국회와 정치의 ‘꼬라지’ 때문이다.
꼬라지. 점잖은 표현은 아니지만 심기가 몹시 불편할 때 튀어나오는 말이다. 꼴, 꼬락서니보다 부정적 감정이 훨씬 강하다. 그런데 이 말, 표준어가 아니다. 꼬락서니의 경기 경상 전남 충청 지역의 방언이고, ‘성깔’의 전남 지역 사투리다. 이상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쓰고 있고, 언중은 꼴과 꼬락서니, 꼬라지를 느낌에 따라 잘 구분해 쓰고 있는데 말이다. 꼬라지를 더이상 방언 취급하는 데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꼬라지는 형태로도 문제가 없다. ‘목’에 접미사 ‘아지’가 붙어 ‘모가지’가 되고, ‘박’에 아지가 붙어 바가지가 되듯, 꼴에 아지가 붙어 꼬라지가 되는 건 당연하다.
‘주구장창’이라는 말도 논란거리다. ‘주구장창 술만 마신다’ ‘주구장창 떠들기만 한다’처럼 많은 사람이 즐겨 쓰지만 유래가 불분명하다. 장창은 ‘늘’을 뜻하는 황해도 사투리이긴 하지만 주구라는 말에 ‘잇달아’ ‘계속해서’라는 의미는 없다. 이 바람에 아직까지 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럼 표준어는 뭘까. ‘밤낮으로 쉬지 아니하고 연달아’를 뜻하는 ‘주야장천(晝夜長川)’이다. 시냇물이 쉬지 않고 밤낮으로 흐른다는 뜻에서 나왔다. 의미는 알겠는데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어원은 모르지만 열에 아홉은 쓰는 주구장창과 사전 속에서 박제가 된 ‘주야장천’ 중 어느 것을 표준어로 삼아야 할까. 말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퍼져나가게 마련이다. 지금은 주구장창이 언중의 입말이라 하겠다. 주구장창을 복수표준어로 인정하는 걸 검토할 때가 됐다.
국회의 꼴이 안 좋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꼴을 넘어 ‘꼬락서니’ ‘꼬라지’ 소리까지 듣는다면 문제다. 그런 소리를 듣는 국회는 영 꼴불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