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순매도로 전환 삼성전자 등 대표기업 실적 부진… 달러 강세-엔화 약세도 부담 일각선 “일시적 수급 문제일뿐”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8일부터 24일까지 5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863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9월 들어서는 모두 7036억 원을 매도했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올해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국내외 주식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3분기(7∼9월) 4조∼5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3조 원대까지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10조1600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가격 인하로 갤럭시S5 등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시도했지만 중국 제조사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3분기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터 매입에 1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은 현대자동차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닷새 동안 외국인은 현대차 주식을 1000억 원 넘게 팔아치웠다.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실적 전망도 어둡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92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낮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3일 기준 외국계 투자기관 11곳의 현대차 평균 목표가는 24만8000원으로 올해 1, 2월(30만5000원)보다 5만7000원(18.7%)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환율도 한국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의 저금리와 달러 약세 덕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렸던 유동성이 아시아 등 신흥국 증시로 유입됐는데,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달러 캐리 자금이 축소될 수 있다. 또 최근의 엔화 약세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