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이 17일 무대에 올리는 판타지 무용 활극 ‘토너먼트’의 백미는 화려한 의상이다. 왼쪽부터 비숍 역을 맡은 국립무용단 단원 이윤정, 디자이너 정민선, 나이트역의 박지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분홍 흰색 청색이 묘한 조화를 이룬 색감, 패션쇼 모델이 입고 나올 법한 세련된 디자인. 와이어를 이용한 ‘허리 잘록, 하의 풍만’ 드레스. 지난달 18일 토너먼트 포스터가 공개되자 무용계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의상 진짜 잘나왔네.” “공연 내내 몸을 움직여야 하는 무용수들이 저 옷을 입고 춤을 춘다고? 공연이 무슨 패션쇼야?”
토너먼트의 화려한 의상은 개막 전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역시 정구호’라는 말이 나왔다. 디자이너 정구호(49)는 토너먼트의 대본을 직접 쓰고, 무대의상의 전체 콘셉트를 잡았다. 구체적인 의상 디자인과 제작은 디자이너 정민선(37)이 맡았다.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는 “무대의상은 배우, 무용수, 가수들을 위한 특수 기능복이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오페라 의상의 경우 가수들이 노래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목과 배 주변을 꽉 조이지 않게 하고, 장식도 최대한 배제한다”고 했다. 7월 입국한 그는 서울 동대문 원단 시장을 직접 돌면서 울과 면, 코듀로이 등 100여 종의 옷감을 골라 의상을 만들었다.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춘향’의 무대의상은 한복디자이너 이정우(57)의 작품이다. 그는 기존 ‘춘향’에 쓰인 170벌의 의상 가운데 90벌을 새롭게 손봤다. 대표적인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의 딸인 그는 “‘이영희 파리 컬렉션’처럼 전통 한복을 기본으로 하되 모던한 느낌을 가미했다”며 “소재도 고급 한복에 사용되는 실크 오간자를 써서 세련된 멋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