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교수팀, 장수촌 8곳 조사 개발 한식과 조화 잘되고 부작용도 없어… 수입균과 달리 한국인 腸에 쉽게 정착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앞줄 오른쪽)가 이끄는 연구진이 전북 순창군 귀주마을 등 8곳에 사는 장수인의 장 속에서 한국형 장수 유산균 ‘LF9988’을 발굴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아래 사진은 이 유산균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모습. 서울여대 제공
유산균은 장 기능과 면역력을 높이고 체지방을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기능이 확인되면서 건강 필수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요구르트 속 유산균 대부분이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인에게 유익하다고 알려진 장내 유산균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는 동양인 특히 한국인의 장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이 교수팀은 남양유업과 함께 지난해 4월부터 전북 순창군과 장수군, 전남 구례군에 있는 국내 대표 장수마을 8곳을 찾아가 건강한 장수인 105명의 장 속에 사는 유익균을 조사했다. 그 결과 18종에 속하는 유산균 101개를 발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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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9988은 세포막이 두꺼워서 그냥 먹어도 장까지 살아서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위산이나 담즙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 세포에 잘 달라붙는 부착성이 뛰어나 장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부착성이 떨어지는 유산균은 1주일이면 사라지고 만다.
LF9988은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유럽에서는 일부 유산균에서 항생제 내성을 전이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유산균의 내성이 사람에게 전이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은 전이 가능성이 있는 유산균의 유통을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다행히 LF9988에서는 내성 전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LF9988에서는 노화 방지에 필요한 면역 증강 기능과 장내 병원성 세균을 죽여 장을 활성화하는 기능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LF9988의 상용화를 마치고 이 유산균을 첨가한 요구르트 제품을 출시했다.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은 “한국인의 장에 쉽게 정착할 수 있고 한국 음식과 가장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유산균을 찾은 덕분에 기존 요구르트 제품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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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