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정책 전환따라 요동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인 5일보다 11.9원 급등한 1036.1원으로 마감했다. 11일 환율은 연휴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있었던 달러화 강세 요인을 한꺼번에 반영해 8원 이상 급등한 채 장을 시작한 뒤 오후 들어 상승폭을 계속 넓혔다. 반면 이날 원-엔 재정 환율은 외환은행 고시 기준 100엔당 968.32원으로 5일보다 4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인 반면, 엔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 같은 엇갈린 환율 흐름은 최근 글로벌 통화정책이 전환기를 맞은 데 따른 것이다.
이와 반대로 유럽은 통화완화 기조를 더욱 확대하는 양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추석 연휴 직전인 4일 기준금리를 0.15%에서 사상 최저수준인 0.05%로 내렸다. ECB는 이와 함께 자산매입 등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곧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ECB의 전격적인 경기부양책은 연휴 기간 내내 유로화 약세 및 달러화 강세 현상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역시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7.1%(연율 기준)로 악화되면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돈 풀기’ 기조가 엔화 약세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11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07엔대까지 올라섰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중장기적으로는 원화의 나홀로 강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우리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다시 내려가게 될 것”이라며 “결국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