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25m 권총 개인전 결선 슛오프서 탄 장전하지 않아 0점
-국제사격연맹, 경기 박진감 높이기 위해 경기규칙 개정 잦아
-영어 낯선 북한선수들은 룰 변경에 둔감, 국제무대서 고전
“탄을 끼워야지.” 10일(한국시간)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여자 25m 권총 개인전 결선이 열린 스페인 그라나다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사격장. 결선 5시리즈(25발)를 마친 상황에서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장미(22·우리은행)는 21개의 히트(Hits)로, 금메달 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2위 그룹은 16개의 히트를 기록한 장징징(중국), 조영숙(북한), 레나타 토바이 시케(헝가리)였다. 3명의 선수가 슛오프(연장전) 한 시리즈(5발)로 2·3·4위를 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탄 장전하지 않아 0점 처리된 북한선수
광고 로드중
●북한을 당황하게 한 여자 25m 권총의 복잡한 결선 방식
이번 대회 심판을 맡고 있는 국제사격연맹(ISSF) 김일환(61) 기술위원은 “지난해부터 바뀐 경기규칙을 북한 선수단이 숙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코칭스태프 역시 “북한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룰을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ISSF는 경기의 박진감을 더하기 위해 룰을 개정했다. 특히 여자 25m 권총은 가장 복잡한 방식이다. 결선에 진출한 8명의 선수들은 5시리즈 총 25발을 쏜다. 이 때 시리즈별 점수의 합산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히트의 개수로 1등부터 8등을 정한다. 선수가 쏜 탄환이 10.2점 이상을 관통할 때만 히트로 인정된다. 지난해에는 10.3점 이상을 히트로 기록했지만, 올해부터 다소 완화됐다. 히트의 개수가 많은 순서대로 1·2위는 금메달 결정전, 3·4위는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한다. 동점일 경우 슛오프 한 시리즈(5발)를 통해 1·2·3·4위를 가린다. 메달 결정전에선 승점제를 택한다. 한 시리즈(5발)에서 승리하면 2점, 비기면 1점을 얻는다. 지면 승점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승점 7점을 획득하면 최종 승자가 된다.
●북한, 룰 변경 둔감해 우왕좌왕…한국선수단은 안타까운 마음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조영숙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심판이 “Load(장전)”라는 콜을 하기 전에 총을 만졌다고 2차례나 주의를 받았다. 이 때마다 역시 한국선수단은 “빨리 탄을 빼라”며 조영숙에게 도움말을 건넸다. 결국 조영숙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9시리즈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8-10으로 패했다.
광고 로드중
ISSF 관계자들 역시 북한선수단이 영어에 능숙하지 않고, 국제사격 정세 변화에 둔감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선수들에게는 조금 느슨하게 규정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도희 코치는 “사실 한 선수에게 2번이나 주의를 주면 감점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독일인 심판도 북한선수들을 안쓰럽게 여겨 페널티는 주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한 조영숙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다. 2012런던올림픽에도 출전하는 등 북한여자권총의 실질적 에이스로 꼽히고 있다.
그라나다(스페인)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