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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원순 시장, 제2롯데월드 안전책임 시민에게 떠넘기나

입력 | 2014-09-11 03:00:00


9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pre-open) 첫날 내부를 둘러본 시민들은 “한번 와서 1시간 정도 구경한다고 건물이 안전한지 어떤지 알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롯데 측이 정한 동선에 따라 이동한 시민들은 “안전 점검보다는 견학에 가까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개장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애꿎은 시민을 참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3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는 안전한 것으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2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한 뒤 합의한 의견이다. 최근 인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송파지하차로의 싱크홀은 제2롯데월드가 아니라 그 주변의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건물의 사용 허가를 계속 미루면서 “시민을 상대로 10일간의 프리오픈을 거쳐 반응을 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23층에 이르는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한국의 최고층 빌딩이 된다. 빌딩의 안전도와 교통 유발 효과에 대해 인근 거주자들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초고층 빌딩의 안전 문제는 전문가들도 각종 장치를 동원해 정밀하게 점검해 봐야 파악이 가능하다. 문외한인 시민들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외관만 훑어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를 시민들로 하여금 둘러보게 한 뒤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은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시민의 뜻을 반영해 행정을 추진하려는 그의 자세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서울시 행정과 시민운동의 경계를 구별하지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종종 있다. 박 시장은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의 개장 문제를 꼼꼼하게 접근하되 이 건물에 법적 절차적 하자가 없다면 사용 허가 결정을 더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허가에 따른 부담을 시민들을 앞세워 피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장의 올바른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