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나가는 수입 모터사이클 업체들
혼다코리아는 “8월 모터사이클 판매 실적이 창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9월 한 달간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 중이다. 1000cc급 인기모델인 ‘CBR1000RR’를 비롯한 인기모델들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취득세 등을 지원해준다. 혼다코리아는 8월에 1517대를 판매했다. 2004년 8월 344대의 4.4배다.
수입 업체들은 주로 레저용으로 사용되는 배기량 500cc급 이상 모델들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주요 생산 모델인 125cc나 250cc급은 가격이 200만∼500만 원에 불과하지만 대형 모델들은 수천만 원에 이른다. 대형 모델만 따지면 올해 상반기 수입업체의 점유율은 무려 95.5%다.
특히 대형 모델만 판매하는 BMW 모토라드와 할리데이비슨의 판매량이 최근 뚜렷하게 늘고 있다. BMW 모토라드의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727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923대로, 할리데이비슨은 727대에서 885대로 각각 20% 넘게 늘었다. 혼다는 300대에서 354대로 증가했다. 여기에 한국모터사이클산업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판매실적도 공개하지 않는 야마하 등 업체까지 합치면 외국 업체들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할리데이비슨 측은 “올해 2월 경기 일산점을 개점하는 등 꾸준히 판매망을 늘리고 있고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모터사이클도 자동차처럼 인식해야”
혼다 ‘CBR1000RR’와 야마하 ‘R1’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원 김영호 씨(29)는 “대형 모델을 한 번 타본 뒤에는 저배기량 모델은 타는 재미가 없어 계속 대형 모델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는 데다 폭주족이나 일부 배달 오토바이들의 ‘반칙운전’으로 모터사이클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모터사이클 업계에서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7월 14일 인천 송도의 BMW 드라이빙 센터 준공식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동차 전용도로를 대형 모터사이클이 달릴 수 없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며 “한국이 자동차 5대 생산국가로 성장했지만 모터사이클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이 같은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또 “관계기관에 힘을 모으자고 제안할 생각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터사이클은 안전 등의 이유로 1972년부터 배기량에 상관없이 고속도로 통행이 금지됐고 1992년부터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도 통행이 금지됐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50cc 이상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150cc, 일본은 125cc 이상부터 통행을 허용한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강기준 인턴기자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