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을 찾은 전시 큐레이터 장루이 프로망 씨는 “브랜드의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샤넬의 원천이자 예술성”이라고 말했다. 전시 장소도 같은 맥락에서 ‘괴기스럽다’, ‘미래적이다’는 상반된 평가로 논란의 중심에 선 DDP를 선정했다. 금기에 도전하고 자유로움을 찾은 면이 비슷하다는 것.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창업자를 동경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샤넬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샤넬의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는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한국판 명품 핸드백 ‘K-백’을 돌아보게 했다. 대기업이 고급 핸드백을 내놓으면서 외형성장에 집중하느라 명품의 핵심 요소인 브랜드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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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독특한 행보를 하는 중견기업이 있다. 2012년 핸드백박물관을 만들고 ‘가방의 소리’, ‘여자의 가방’ 등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는 가방제조회사 시몬느다. 2015년에 브랜드 ‘0914’를 론칭하기 위해 크고 작은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의 무게를 돈으로 사려는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를 키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투자 여력을 갖춘 대기업들도 당장의 매출 목표보다 ‘브랜드의 문화지수’를 목표로 삼는 것을 고려해 볼 때가 됐다.
김현수·소비자경제부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