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추석 경기로 시작된 대화는 내수기업의 본질적인 고민으로 이어졌다. 한 식품기업의 임원 A 씨는 대뜸 “요즘 초등학생 수가 몇 명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저출산 여파로 어느 정도 줄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답은 예상 밖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생은 약 278만 명으로 한 학년이 46만여 명에 불과하다. 새로운 빙과와 과자를 내놓아도 사먹을 사람이 국내에서는 빠르게 줄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업체는 올여름에 처음으로 빙과류 광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수시장의 크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 기업들이 각자 손에 쥔 모범답안은 비슷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거나 새로운 수요가 있는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M&A 매물이 여의치 않자 눈은 나라 밖으로 쏠리고 있다. 아쉽게도 전반적인 내수기업들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일찌감치 해외 글로벌기업과 맞서기 위해 경영시스템을 고도화시키고 일상적인 경영혁신을 이뤄온 수출기업과는 사뭇 달랐다.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집하고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다. 덩치는 커졌지만 ‘구멍가게 식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소비자와 종업원의 신뢰를 저버리는 곳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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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오래전부터 ‘질소 과자’라는 식품기업을 비아냥거리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내용물은 작고 질소로 봉지만을 부풀렸다는 뜻이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외제 과자로 눈을 돌려 수입과자의 시장점유율은 5년 전보다 4배 증가해 점유율 20%를 넘어섰다. 국산맥주의 품질 논란 속에 수입맥주 점유율도 최근 10%를 넘어섰다.
해외진출은 고사하고 점점 좁아지는 ‘자기 시장’에서조차 기존 점유율도 지키지 못하는 내수기업들의 생존방정식의 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으로 타격을 입었다’ ‘세월호 여파로 소비심리가 부진하다’는 일상적인 해명은 유효기간이 지난 듯하다. 정부의 내수 활성화 대책에 기대는 것이 해답이 되어서도 안 된다. 더 가깝고 확실한 답은 수십 년간 이어져온 경영관행을 스스로 돌아보고 자기혁신에 나서는 것이다.
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