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법정에서 한 진술을 들어보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공판에서 이 선장은 “조타실의 비상벨을 왜 누르지 않았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생각 못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판단할 능력이 안 됐다”고 변명했다. 이 선장은 “촉탁직 교대 선장일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도 했다. 이런 선장을 믿고 많은 학생들을 배에 태웠다니 할 말을 잃는다.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원인이 그동안 쌓인 우리 사회의 적폐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선장이 사고 당시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그토록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침몰하는 배에서 제일 먼저 빠져나온 사람이 이 선장이었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진술하면 형량이 감해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그의 얄팍한 의도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선장은 사고의 한 원인이었던 과적(過積)에 대해 “회사 측에 항의한 적은 있으나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이런 사람을 선장으로 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가 어제 장례를 치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다. 그는 아무런 직함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청해진해운을 마음대로 움직였고 안전은 제쳐두고 돈 벌기에 바빴다. 그는 청해진해운의 직책을 맡지 않으면 책임은 지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유 씨 가족의 재산을 남김없이 환수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유 전 회장이 숨긴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일명 유병언 법)’을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가 제3자 명의로 은닉한 재산을 추징할 수 없어 6000억 원이 넘는 수습 비용을 상당 부분 국민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국회의 책임이 크다.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복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