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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직원이 검은돈 챙기면 회사도 처벌… 벌금 상한선 없애

입력 | 2014-09-01 03:00:00

[국가대혁신 ‘골든타임’]<6>관행이 돼 버린 부정부패
엄벌해야 선진국




7월 28일 미국에서는 밥 맥도널 전 버지니아 주지사와 그의 부인 모린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맥도널 부부의 혐의는 뇌물수수.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됐던 거물 정치인의 추락이었다. 앞서 검찰은 그가 주지사 재임 시절 다이어트 보조식품 회사 ‘스타 사이언티픽’의 조니 윌리엄스 전 회장에게 이권을 챙겨주고 15만 달러(약 1억5000만 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 대출 편의 등의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 1월 부부를 기소했다.

맥도널 전 주지사는 뇌물 수수 외에도 사기, 재산공개 허위 신고 등 총 14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300년에 가까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피고인의 개별 범죄 행위마다 형량을 정하고 이를 합산해 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이수권 법무관(부장검사)은 “선거자금 모금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을 생각하면 미국 정치계도 뇌물수수 사건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라며 “그러나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최악의 경우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정도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어 예방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이해관계자 접촉 기록까지 남기는 미국


미국은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법률적 장치가 잘 마련돼 있는 나라다. 1962년 제정된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은 현대 미국의 부정부패 방지 시스템의 기틀이 됐다는 평가다. 이 법안에 따라 각 부처와 기관의 공무원이 직무상 영향력을 이용해 금품을 받을 때는 엄하게 처벌받는다. 법을 위반한 공직자 및 뇌물 제공자에게는 최고 15년의 징역에 수수한 금품의 3배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직무연관성이 없는 금품 수수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공무 수행 과정에서 정부가 아닌 곳으로부터 보수나 기부금을 받으면 1∼5년의 징역 또는 벌금이 부과된다.

부정 청탁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행정절차법도 눈길을 끈다. 행정절차법은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일정 직급 이상의 공직자, 판사 등과 접촉했을 경우 이를 공식기록으로 남기게 하고 있다. 이는 이해관계가 다른 상대방에게 공개된다. 이 밖에 텍사스 뉴햄프셔 몬태나 주 등은 주 형법을 통해 별도의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

○ 개인의 부정을 회사의 부정으로 인정하는 영국

2011년 7월 발효된 영국의 뇌물수수법은 그 적용 범위가 광범위한 것으로 유명하다. 뇌물수수법은 영국 내 기업은 물론이고 영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심지어 일정 수준의 뇌물수수를 인정하는 국가에서 영국 기업이 뇌물을 주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이를 회사의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경우 개인은 최고 10년의 징역 또는 제한 없는 벌금형, 회사 역시 무제한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정부패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나라다. 그래도 2000년 국가공무원윤리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 개선을 계속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중앙 부처 과장 보좌급 이상 직원이 사업자 등으로부터 5000엔(약 5만 원) 이상의 금품 또는 접대 등을 받으면 분기별로 해당 사업자의 명칭 주소 수령액을 적은 증여보고서를 분기별로 제출해야 한다.

○ ‘김영란법’ 제정도 미적대는 한국

한국에서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금품수수, 사적 이해관계와 연관된 직무 수행 등의 행위를 일절 금지하는 내용이다.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당시 위원장 김영란)가 입법예고했으나 정부와 정치권의 소극적인 대응 속에 2년 동안 표류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세월호 침몰 참사였다. 참사의 배경에 관료와 업계의 유착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품·향응의 대가성 판단과 처벌 수위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처벌 강화 외에도 다양한 제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청렴도가 높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를 보면 사회적으로 여성의 참여가 높은 편”이라며 “한국도 혈연 지연 학연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여성의 참여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부패 해결을 의식의 개혁에만 초점을 맞추면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있는 제도의 허점은 무엇인지 정확한 실태 점검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워싱턴=신석호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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