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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준 교수 “인터넷 게임으로 누구나 뇌 연구”

입력 | 2014-08-13 03:00:00

승현준 美프린스턴대 교수, KT와 ‘아이와이어’ 한국어 버전 제작




“아이와이어(Eyewire) 게임을 통해 뇌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 누구나 동참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호기심만 있으면 됩니다.”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가 넘는 뉴런(신경세포)이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뉴런의 구조는 극히 일부. 이 때문에 뇌는 인체의 장기 중 마지막 남은 미지의 영역으로 꼽힌다. 뉴런의 연결 구조를 파악하면 치매와 같은 뇌질환의 원리는 물론이고 재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심지어는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와이어는 이 뉴런의 구조를 밝혀나가기 위한 ‘게임’이다. 한국계 미국인 서배스천 승(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2013년 만들었다. 승 교수는 뉴런의 구조를 표현한, 일종의 뇌 지도인 ‘커넥톰(Connectome)’ 개념을 창안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뇌 연구자다. KT와 아이와이어 지원 협약을 맺기 위해 방한한 그를 12일 만났다. KT는 아이와이어의 한국어 버전 제작을 지원하기로 했다.

승 교수는 “처음 보면 ‘뭐가 재밌을까’ 궁금하겠지만 실제 참가자들은 상당한 몰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마치 색칠하기 놀이 같다. 화면에 나온 3차원 육면체를 총 256개 단면으로 나눠 보면서 연결된 조각을 찾아내 마우스로 색칠하면 된다. 이 단순한 게임을 지금까지 100여 개국 14만 명이 즐겼다. 그가 소개한 사용자 반응 중에는 ‘4시간째 하고 있다. 춥고 배고픈데 그만둘 수가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게임의 소재인 육면체는 실제 쥐의 망막을 세포의 모양이 보이는 크기로 확대해 디지털 이미지로 바꾼 것이다. 따라서 아이와이어 게임을 하는 것은 곧 망막에 있는 뉴런 구조를 완성해 나가는 연구 활동이 된다. 올해 5월 1년 동안 재구성해낸 150개의 뉴런 구조에 대한 연구 결과가 과학 저널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실렸는데 저자 명단에는 승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과 함께 아이와이어가 포함됐다. 승 교수는 “14만 명의 게임 참가자가 모두 뇌 연구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 프로그램 대신 불특정 다수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아직까지 컴퓨터의 화상 인식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정확한 시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은 엄청난 수작업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승 교수는 “한국어 버전이 나오면 정보기술(IT)에 대해 높은 수준을 가진 한국인들의 참여로 뉴런 구조를 그려 나가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며 “쥐 망막 뉴런 분석이 끝나면 쥐의 뇌, 사람의 뇌 뉴런까지 게임으로 분석해 시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