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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祭衣는 ‘소박함’이 콘셉트… 넉달간 한땀 한땀 수놓아”

입력 | 2014-08-12 03:00:00

[교황 방한 D-2]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미사용 제의 만든 6人의 수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의를 제작한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마리아 쟌나, 마리아 젬마, 마리아 파체, 마리아 훼델레, 마리아 안칠라 수녀(왼쪽부터). 수녀 한 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촬영에서 빠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수녀들의 작업공간에는 선풍기를 틀어놓지만 교황님의 옷을 보관하는 이곳은 늘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죠. 옷감이 상하지 않으려면 섭씨 18도를 유지해야 하거든요.”

서울 강북구 도봉로46길에 위치한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관구장인 마리아 쟌나 수녀와 마리아 파체 수녀가 수녀회 지하 1층에 위치한 옷 보관소 문을 열자마자 2200여 벌의 제의(祭衣)가 한눈에 들어왔다. 쟌나 수녀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 때 교황이 입으실 제의는 물론이고 미사에 참여할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 100명, 사제 2000명이 입을 제의를 보관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 제의들은 수녀 6명의 손에서 태어났다. 수녀들은 이 수녀회 관례에 따라 실명을 쓰지 않고 있다.

서울 강북구 도봉로46길에 위치한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본관 작업실에서 마리아 안칠라 수녀가 옷감에 수를 놓고 있다. 수녀 6명이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시복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염수정 추기경, 사제 등 2000여 명이 입을 제의를 제작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들은 2월 초 천주교서울대교구로부터 교황 제의 제작 의뢰를 받은 뒤 5개월간 기도하는 시간을 빼면 밤낮으로 제의 제작에 매달렸다. 쟌나 수녀는 “과거 방한하셨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제의를 보면 화려하고 소재도 좋았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의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콘셉트”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삶, 군중 속으로 들어가시는 삶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 취지에 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좋은 천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좀 더 예쁘게 지어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건 교황님의 취향이 아니기에 마음을 돌렸다”며 웃었다. 교황이 입을 제의 옷감은 인견과 폴리에스테르를 섞어 특수 제작했다.

프란치스코는 16일 시복미사 때 순교를 의미하는 붉은색 제의를 입고 제대에 오른다. 이 제의에는 교황 방한 기념 로고와 칼, 미사에서 포도주를 성혈로 축성할 때 사용하는 성작(聖爵) 등이 자수로 표현됐다. 디자인 도안을 맡은 마리아 베로니카 수녀는 “10개 정도 도안을 준비한 다음에 수녀님들과 상의해 순교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난 도안 한 개를 골라 서울대교구와 교황청에 올려 보냈다. 최종 확정을 받는 데 한 달 정도 걸렸다”며 “순교자의 수난을 뜻하는 칼은 십자가 모양으로 형상화해 수난 뒤에 오는 영광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수녀들이 제작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의.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제공



교황 제의 디자인 도안이 확정된 뒤 수녀 6명은 수틀에 앉아 4개월가량 한 땀 한 땀 수를 놓았다. 주로 자수 작업에 참여한 마리아 훼델레 수녀는 “조각 천에 수천 번 연습한 뒤 본제작에 들어갔다. 옷감 천이 워낙 섬세하고 얇다 보니 재봉틀을 쓸 수 없었다. 시행착오 과정이 많았다”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놓다 보니 옷감이 실을 잘 소화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수녀 6명의 세례명에 모두 ‘마리아’가 들어간다”며 “성모님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황님 가시는 걸음마다 평화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수녀 6명은 16일 광화문 시복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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