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새 미니앨범 ‘에이 토크’와 신곡 ‘빨개요’ 들어보니…
관능과 유혹의 빨강은 여가수에게 레드오션이다. 현아는 신곡 ‘빨개요’에서 원숭이, 엉덩이, 그리고 숨겨진 ‘맛있어’로 빨강의 클리셰(상투적 표현)를 찌른다. 뚫고 나갈 수 있을까.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아(김현아·22)에 대한 대중의 합의가 있다. 절세미녀는 아닌데 사람을 빨아들이는 기운이 있다는. 가요 관계자들도 표정, 몸동작, 심지어 이목구비에서까지 설명하기 힘든 다른 구석이 현아에게서 발견된다고 한다. ‘뭔가’의 ‘뭐’는 ‘끼’, 그것도 관능적인 기운을 가리키는 ‘끼’일 것이다. 방점은 ‘이상해’에 있다. 설명하기 힘든 ‘이상해’.
현아는 5인조 여성그룹 원더걸스의 멤버로 2007년 데뷔했지만 곧 탈퇴하고 2009년 포미닛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현아의 그룹 내 직함은 ‘리드 보컬’도, 그냥 ‘보컬’도 아닌 ‘랩 담당’이었다. ‘춤 잘 추고 랩 하는’ 이 포미닛 멤버는 2010년 ‘체인지’(작사 작곡 신사동 호랭이, 휴우)를 내면서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체인지’와 ‘빨개요’ 사이엔 비스트의 장현승과 결성한 듀오 트러블 메이커의 ‘트러블 메이커’(작사 라도 작곡 신사동 호랭이, 라도·2011년 12월), 현아가 뮤직비디오 여자주인공으로 출연한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년)도 있었다. ‘(포미닛) 5명이 똑같이 춤춰도 쟨 왠지 튀어’에 색깔을 입혀준 노래들. 미국 음악 전문지 스핀이 ‘버블 팝!’(작사 작곡 신사동 호랭이, 최규성·2011년 7월)을 2011년 최고의 팝 싱글 3위로 뽑으면서 현아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세계 힙스터 음악 팬들의 조명도 받았다.
신곡 ‘빨개요’는 현아가 지난달 28일 낸 2년 만의 새 미니앨범 ‘에이 토크’에 들어 있다. ‘버블 팝!’의 덥스텝(강렬한 전자음의 단속적인 연쇄가 특징인 장르)은 트랩(잘게 쪼갠 드럼 하이햇 리듬이 특징적인 장르)으로 바뀌었다. 해외 팝 트렌드 위에서 ‘버블 팝!’의 향수를 자극하듯 밝은 분위기의 장조로 전개되는 악곡은 하이라이트에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빨간 건 현아/현아는 what!?’이라는, 구전동요 비튼 후렴구로 폭발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버블 팝!’과 ‘트러블 메이커’를 현아의 정점으로 봤다. 차우진 평론가는 “두 곡은 SM과 YG가 아닌 곳에서 나온 아이돌 팝이 거둔 최고의 성과”라면서 “영미권 팝 트렌드란 소재가 현아라는 조건과 충돌해 만드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존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면 “‘빨개요’는 현아라는 조건이 무시된 채 유행하는 스타일의 요소만 이것저것 나열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