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펀드 사태’로 본 현주소 활발한 기업인수로 급성장했지만… 2014년부터 대거 펀드만기 돌아와 경기침체로 투자금 회수 어려워져… 연쇄부도-신규유치 실패 우려
국내 PEF는 2004년 12월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2005년 말 등록 PEF 15개, 출자약정액 2조9000억 원에서 올해 4월 말 252개, 45조5000억 원 규모로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 구조조정 시장이 활성화되고, 저금리와 경기 불황에 대응한 기관투자가들의 대체투자가 확대되면서 M&A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5년에 조성된 펀드의 대부분이 올해부터 만기가 도래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보유 자산을 처분해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국내 주식시장 부진과 M&A 및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등으로 상황이 어려워졌다.
PEF가 자산 재매각에 실패하면 명성에 악영향을 미쳐 신규 투자자금 유치에 타격을 받게 된다. 보고펀드와 LG그룹의 갈등과 유사한 법정 다툼도 이어질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2007∼2008년 경쟁적으로 비싸게 인수한 기업들이 부메랑이 됐다”며 “투자금 회수 실패 사례가 늘어 신뢰를 잃으면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PEF 출자를 보류하는 등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10년 동안 국내 PEF들이 양적으로 확대된 데 비해 ‘질적 성장’은 더뎠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H&Q 등 1세대 PEF들이 정부와 연기금의 전폭적 지원책에 힘입어 성장하면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측면도 있다. 치열한 시장경쟁보다는 PEF를 운용하는 핵심 인물의 영향력과 인지도에 따라 자금조달 여부가 결정되기도 했다. LG실트론 사태와 관련해 LG 측이 변양호 보고펀드 공동대표를 겨냥해 “특정 개인의 영향력으로 펀드를 구성해 부실하게 관리하고 운영했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이 평균 20∼30명에 불과해 인수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내부 운용조직이 없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이광열 삼정KPMG 연구원은 “단기적 투기목적이나 시세차익 수익에 급급한 전략에서 벗어나 투자 대상의 가치 제고를 통해 수익 창출이라는 단계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며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바이아웃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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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Private Equity Fund)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