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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부수겠다” 경찰 경고에… 유대균, 체념한듯 걸어나와

입력 | 2014-07-26 03:00:00

[유병언 사망/장남 용인서 검거]측근 여동생의 오피스텔에 은신




주민들 “유대균 살고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 유대균 씨와 박수경 씨가 숨어 있던 오피스텔 앞.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왼쪽 사진). 380여 실로 구성된 이 오피스텔 주민들은 “유 씨가 살고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용인=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부모와 자식 사이에,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자식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25일 오후 경찰에 체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 씨(44)는 인천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면서 부친의 사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균 씨는 취재진 앞에서 “(아버지 사망 소식을) 조금 전에 알았다”며 울먹였다. 그는 지명수배 전단 모습 그대로 긴 머리에, 수염이 거무스름하게 나 초췌한 모습이었다. 도피 때문에 실내에만 있어 안색은 창백했다. 대균 씨는 “도주 중간에 가족과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 밀항 시도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대균 씨는 검찰 소환에 불응해 지명수배된 이후 73일 만에 검거됐다. 뜻밖의 시신으로 발견된 부친 유 전 회장과 달리 대균 씨는 수사당국의 예상 도주범위 안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그동안 대균 씨가 수도권이나 대구 등지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관계자 집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25일 대균 씨가 붙잡힌 경기 용인시 상현동의 G오피스텔은 측근의 여동생인 하모 씨(35)가 사용하다 비워 둔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빈집에 전기와 수도가 사용되는 점이 의심스러워 수색에 나섰다”고 말했다. 하 씨가 경찰의 추궁에 “구원파 신도 한 명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한 게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검거 작전은 긴박하게 진행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체포조 8명이 오후 5시경 오피스텔에 출동했지만 문이 잠긴 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은 오후 6시 37분경 경기소방재난본부에 “수배자를 검거하려고 하니 구급차와 문 개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소방차 7대가 출동해 오피스텔 건물 주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외벽 사다리를 설치하며 대균 씨의 자살이나 자해 등 돌발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그 사이 열쇠 수리업자를 불러 문을 열었다.

안에 있던 대균 씨는 그때부터 문 안쪽 걸쇠를 걸고 경찰 진입을 막았다. 경찰이 “문을 부수겠다”고 경고하자 오후 7시 6분 대균 씨가 스스로 밖으로 나왔다. 구원파 ‘호위무사’로 알려진 조력자 박수경 씨(34·여)도 함께 있었지만 경찰의 체포에 물리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20m²(약 6평) 넓이의 복층형 오피스텔 안에는 TV도 없었다. 노트북컴퓨터와 휴대전화 1개가 발견됐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먼지가 쌓여 있었다. 체포 당시 대균 씨가 지닌 현금은 5만 원권 1500만 원가량. 유로화도 3600유로(약 469만 원)가 발견됐다.

오피스텔 안의 냉장고에는 말린 과일 등 유기농 음식과 일반 음식이 섞여 있었고, 장기 은신에 대비한 듯 냉동음식이 가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균 씨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있었느냐”는 경찰 질문에 “몰랐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신원 확인 등 간단한 초동 조사를 마친 후 대균 씨를 인천지검으로 압송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균 씨는 4월 말 이후 3개월가량 이 오피스텔에 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당국의 수사가 시작된 후 은신해 아예 밖으로 나오지 않아 검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음식물도 측근 동생인 하 씨가 외부에서 공급했다”고 전했다.

대균 씨는 아버지 유 전 회장과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등을 공모한 혐의로 5월 13일 A급 지명수배됐다. 세모그룹 계열사에서 컨설팅 비용과 상표권 수수료, 고문료 명목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다. 대균 씨는 일가 계열사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19.44%)를 비롯해 다판다(32%) 등 4개 계열사 대주주다.

박재명jmpark@donga.com·정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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