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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佛신문이 추천한 휴가지 책 ‘탈레반 크리켓 클럽’

입력 | 2014-07-26 03:00:00

즐거움 메말라버린 억압사회… 심지어 새들까지 모두 떠났다




프랑스 신문 잡지들은 7월 초부터 여름 바캉스 기간에 읽을 책들을 추천하는 코너를 마련한다. 바캉스가 보통 한 달씩 이어지기 때문에 가방 안에는 선크림과 함께 책 몇 권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주간 르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최근 몇 달간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7권의 책을 휴가지 도서로 추천했다. 잉카문명의 황금, 빅토리아 여왕의 마지막 춤, 돌아온 히틀러 등 역사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류가 많았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끈 책은 ‘탈레반 크리켓 클럽’(메르퀴르 드 프랑스·사진)이라는 스포츠 소설이었다.

인도 출신의 작가인 티메리 무라리는 2000년도에 아프가니스탄이 국제크리켓연맹에 회원 가입 신청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탈레반이 4년간 집권하는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정식 국가로 인정받고자 했던 시도였다.

작가는 “정말 아이러니와 모순에 가득 찬 시도”였다고 회고했다. 크리켓 룰에는 “정의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며, 자율 행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이슬람 원리주의 탈레반 정권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실제 이러한 사연에 기초해 소설을 만들어냈다. 주인공인 룩사나는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데일리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언론인이다. 그러나 그녀는 탈레반의 권력 남용과 비리 혐의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후 직장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느 날 그녀는 탈레반의 ‘도덕 진흥 및 악행 예방 장관’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그런데 그녀를 만난 장관은 뜻밖의 말을 내뱉는다. 아프가니스탄에 크리켓 토너먼트 경기를 벌여 우승한 팀을 국가대표로 선발해 파키스탄 전지훈련을 하고, 해외를 돌며 경기를 치르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거기에 더해 그는 룩사나에게 결혼을 요구한다.

“여성은 집이 아니면 무덤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 온 탈레반은 여성들이 손톱에 매니큐어만 칠해도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무시무시한 정권. 룩사나는 만일 결혼을 거부하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인도에서 유학 시절에 크리켓을 배웠던 룩사나는 남자로 변장해 형제들과 사촌들을 모아 크리켓 팀을 구성한다. 팀명이 ‘탈레반 크리켓 클럽’이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그녀는 억압적인 나라와 강요된 결혼으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이 책은 블랙 코미디와 스포츠 서스펜스, 인간 승리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그러나 이 책의 하이라이트 액션은 경기장에서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탈레반 정권시절 카불에서 체류하면서 직접 보고 겪었던 끔찍한 억압의 디테일을 소설 속에 영화처럼 담아냈다. 교수형을 당해 대통령궁 앞에 매달린 전직 대통령, 길 한복판에서 투석형을 당하는 여성, 음악도 책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금지돼 즐거움이 메말라 버린 사회…. 작가는 ‘심지어 새들도 모두 떠났다’고 묘사한다. 룩사나는 자신의 팀원들에게 크리켓 경기에서는 폭력이 허용될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랬더니 어떤 이가 대답한다. “그러면 크리켓은 이곳에서는 인기를 얻을 수 없겠네요.”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