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독병원 소화기내과 홍건영 과장 칼럼
대개 골든타임이라고 하면 1분 1초가 급한 중증 응급환자들을 떠올리지만 질환에 따라 골든타임은 1년이나 10년이 될 수도 있다. 골든타임이 긴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간 질환이다. 간은 손상될 것에 대비해 평소 충분한 예비 기능을 비축하고 있다. 간은 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간 전반에 걸쳐 손상이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간은 장기간에 걸쳐 공격당하므로 손상된 뒤엔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간염과 같은 초기 간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자신은 건강하다고 착각하며 지내다가 간염이 악화돼 간경화나 간암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된 후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골든타임이 길다고 해도 치료시기를 놓치면 다급한 중증 환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은 5년, 10년, 20년이 지날 때마다 각각 9%, 23%, 48%로 올라간다. 그러나 다행히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간경변증으로 진행돼도 초기에 B형 간염을 잘 치료하면 장기간에 걸쳐 회복할 수 있다.
세계간염연합(WHA)에 따르면 현재 약 5억 명 이상이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된다. 이에 WHA는 매년 7월 28일을 세계 간염의 날로 정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를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4회째를 맞은 올해는 ‘다시 한 번 생각하자(Think Again)’는 슬로건을 통해 간염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과 치료에 적극 동참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 역시 세계 간염의 날을 계기로 바이러스 감염 검진을 해 평소 무관심했던 간의 건강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를 통해 전 국민이 간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간염을 예방할 수 있고, 이미 간염에 감염됐다면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