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 포스터 제작 ‘꽃피는 봄이 오면’ 김혜진 대표
김혜진 대표는 맡는 포스터마다 영화의 느낌과 개성을 잘 살려내는 것으로 이름을 얻으며 굵직한 한국 영화들과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한국 영화 포스터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시월애’ ‘스캔들’ ‘라디오스타’ ‘박쥐’ ‘도둑들’을 비롯해 최근의 ‘역린’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한국 영화 포스터들이 이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나고 완성됐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김혜진 대표다. DBR가 김 대표를 만났다.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포스터를 만들 때 동원하는 각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다만 보느냐, 못 보느냐는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달렸다. 나는 여행을 가서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해 뜰 때 나가서 해 질 때까지 보고 들어와야 직성이 풀린다. 효율적으로 보기 위해 계획을 매우 꼼꼼하게 짠다. 몇 시에 어디 가서 어떤 메뉴로 밥을 먹고, 조금 걷다가 어느 곳에 들어가 어떤 차를 마시고, 다시 걷다가 그 다음 골목에 있는 빵집을 가겠다는 식이다.
그런데 보기만 해서는 흘러갈 뿐 남지 않는다. 눈에 담은 것들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곳에서 보라색을 봤다고 하자. 이 보라색이 아주 오묘해서 기억에 남았다. 영화 ‘색계’에 량차오웨이와 탕웨이가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둘 다 말 한마디 하지 않지만 많은 대사가 들리는 장면이다. 그 사이를 흐르는 공기, 그 느낌을 예전에 봤던 보라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이미지로 나타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마음속에 담아뒀던 보라색과 영화에서 받은 느낌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즉 내가 떠올리는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은 두서없이 흡수했던 많은 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데서 나온다.”
―잘 만든 포스터는 어떤 특징을 지니나.
최한나 기자 han@donga.com